ⓒ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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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업무 방식과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진 현대에는 아내가 홀로 생계를 꾸리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영국 바스대(University of Bath) 헬렌 코왈레스카(Helen Kowalewska) 박사 연구팀이 유럽 9개국 조사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에서 '여성 혼자 생계를 책임지는 커플은 행복도가 낮다'는 결과가 나왔다.

논문은 <유럽사회학저널>(European Sociological Review)에 게재됐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European Sociological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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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평등 의식이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 여러 측면에서 남녀 간 차이가 존재하며, 사회적 젠더 규범이 남녀의 건강과 급여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 등도 보고되고 있다. 이에 코왈레스카 박사 연구팀은 핀란드·프랑스·독일·영국·아일랜드·포르투갈·스페인·슬로베니아·폴란드 9개국을 대상으로 진행된 유럽사회조사(ESS) 데이터를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대상 데이터에 포함된 실험 참여자는 연령 18~65세의 약 4만2000명으로, 모두 이성 파트너와 함께 살고 있었다. 이번 연구에는 ▲커플 이외의 성인(시부모 혹은 친구 등)과 함께 사는 경우▲둘 중 하나가 학생인 경우 ▲영구적으로 일할 수 없는 질환 및 장애가 있는 경우 ▲은퇴한 경우 ▲병역에 종사하는 경우 등은 제외됐다.

실험 참여자는 가구 수입 상황 등에 대해 응답했으며, 본인의 인생에 대해 얼마나 만족하는지를 '0'~'10' 사이의 점수로 평가했다. 대부분의 실험 참여자는 '5'~'8' 사이의 점수를 매겼다.

데이터 분석 결과, 남성의 삶에 대한 만족도는 평균 7.24, 여성은 7.31로 나타났다. 

한편, 남성의 삶에 대한 평균 만족도는 ▲여성 외벌이-'5.86' ▲남성 본인 외벌이- '7.16'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또 여성의 만족도는 ▲여성 본인 외벌이-'6.33' ▲남성 외벌이-'7.10'으로 남성보다 차이는 작지만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경향은 독일·영국·아일랜드·스페인 등에서 강하게 나타났지만, 성평등에서 앞서있는 핀란드 등에서도 나타나 유럽 전체에 보편적인 경향이라고 볼 수 있다.  

코왈레스카 박사는 "여성이 홀로 생계를 책임지는 것은 남성에게 상당한 심리적 부담이며, 오히려 여성이 실직한 상태인 것이 삶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실업자인 남성은 '여성 외벌이'보다 '여성도 본인처럼 실직한 상태'일 때 훨씬 만족도가 높았다.

남성의 만족도는 의도적으로 일을 하지 않거나 가사를 전담하는 경우보다, 불가피하게 실업 상태에 빠진 상태에서 가장 악화됐다. 실업은 자기 불신·불확실성·고독·사회적 낙인(social stigma) 등의 큰 심리적 부담과 관련이 있어 결과적으로 남성의 만족도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가정 내 유일한 벌이가 본인일 때 여성의 만족도까지 떨어지는 이유는 맞벌이 가정이나 남성 외벌이 가정보다 수입이 낮아 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파트너인 남성 만족도가 낮은 상태라는 점도 함께 생계를 꾸리는 여성의 만족도가 떨어지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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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경제 상황·연령·자녀 유무·젠더 규범에 대한 태도 등의 요인을 제어해 분석한 결과 여성 외벌이인 경우 여성 만족도 저하는 남성 외벌이에 비해 '-0.048'까지 억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남성 만족도는 여전히 '-0.585'로 낮은 상태였으며, 특히 독일에서는 '-1.112'까지 남성 만족도가 크게 떨어졌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이는 유럽 전체에서 여전히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것은 남성"이라는 관념이 중심이 되고 있으며, 남성 스스로가 '남자다움' 혹은 '좋은 아버지'에 대한 추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힌다. 또 실업 중인 남성은 커뮤니티나 사회적 유대를 구축할 가능성이 낮아 결과적으로 고독감을 느끼기 쉽다. 

코왈레스카 박사는 "이번 조사 결과는 젠더 규범이 커플의 실업 대처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남성은 파트너인 여성보다 본인의 고용 상황을 중시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가계 지탱과 남성성의 관계를 끊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남성의 벌이가 이상적이라는 고정관념에 대처하는 것은 남성들이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을 때 '실패했다'고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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