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Unsplash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Unsplash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인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분과 지방 사이에는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평소의 2~3배의 물 섭취를 통해 감량을 목표로 하는 '물 다이어트'가 장려되기도 한다.

하지만 인터넷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물을 많이 마시면 살이 빠진다'는 주장에는 일부 오류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영국 애스턴 의과 대학 교수인 듀안 멜러(Duane Mellor) 박사는 "물 다이어트에 관한 몇몇 주장에는 과학적 증거가 거의 없다"며 주요 오해인 '칼로리 연소'와 '과식 방지' 효과에 대해 호주 비영리 학술매체 '더컨버세이션'에 해설했다. 

◆오해1: 물은 칼로리 소비를 돕는다

표준 체중을 가진 14명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연구에서는 500ml의 물을 마시면 안정시 에너지 소비가 약 24%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언뜻 놀라운 효과로 보이지만, 효과 지속시간은 한 시간에 불과했다. 따라서 체중 70kg인 사람이 500ml의 물을 마신다면 20kcal밖에 소비하지 못한다. 8명이 참가한 다른 실험에서는 냉장고에서 찬물을 마셨을 때만 에너지 소비량이 증가했고, 증가량도 4%에 불과했다.

찬물을 마셨을 때 소비 에너지가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 멜러 박사는 "물을 체온으로 돌릴때 몸이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했거나 증가한 체액을 신장에서 여과할 때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해졌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물을 마시면 확실히 에너지를 소비할 수 있지만, 그 영향이 미미하고 하루 1.5리터의 물을 더 마셔도 소비 칼로리는 식빵 1장 이하에 그친다. 또 해당 연구는 모두 건강한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중장년 등 다른 그룹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멜러 박사는 지적했다. 

◆오해2: 물을 마시면 식욕이 억제돼 체중이 감소한다

위 안에 물이 들어 있으면 음식이 들어갈 공간이 적어지기 때문에 먹는 양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에는 일리가 있어 보인다. 실제로 과체중인 55명(55~75세)이 참여한 연구에서는 식전에 물을 500ml 마시면 체중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멜러 박사에는 컨디션이 나쁜 사람이나 식욕 부진인 사람은 식전에 물을 마시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먹을 수 있는 양이 적어져 영양이 부족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Flickr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Flickr

그러나 연령별 효과는 다르게 나타났다. 젊은이와 노인에게 식사 30분 전에 물을 500ml 마시게 한 연구에서는 60~80세 노인이 식전에 물을 마시면 12주 만에 2kg 체중이 감소했지만 21~35세는 물을 마셔도 체중이 감소하지 않았다. 

또 물과 식사에 대한 연구 대부분은 하루에 한 번 식사량만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물 섭취가 식욕 억제로 이어진다는 확실한 증거를 제시한 연구는 없다. 

멜러 박사는 "물에는 식욕 감퇴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인 체중 변화로 이어진 연구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 물과 식욕과 관련된 기타 정보

우리가 배가 부르다고 느끼는 것은 음식이 들어가 위가 부풀어 오르면 ‘신전 수용기(stretch receptor)’가 자극돼 포만감에 영향을 미치는 호르몬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은 액체이기 때문에 바로 위에서 배출되어 포만감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은 위에는 소화중인 반고형 음식을 우회해 물을 통과시키는 기능이 있어 식사 중이나 후에 물을 마셔도 결국 위에서 배출되어 포만감을 오래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만 과다하게 마시는 것은 식사량이나 체중 감소에 도움이 안될 수 있지만, 식이섬유 등과 섞어 마시거나 야채수프 등의 형태로 수분을 섭취하면 속이 비는 것이 느려져 포만감을 지속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발표된 바 있다. 

멜러 박사는 "물이 직접적으로 체중을 줄이기는 어렵다. 그러나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건강한 음료이기 때문에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달콤한 탄산음료나 알코올 등 고칼로리 음료를 물로 대체하면 하루에 섭취하는 칼로리를 쉽게 줄일 수 있고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정리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