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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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저사양 인공지능(AI) 반도체의 대중 수출 금지 등을 골자로 한 수출통제 추가 조치를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발표한 수출통제보다 강화된 조치로, 미국 반도체 업체들이 규제를 피해 중국 기업에 AI 반도체를 판매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이번 발표로 엔비디아·인텔·AMD 등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 엔비디아 AI 저성능칩 등 수출 금지  

17일(현지시간) 미 상무부는 강화된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아울러 이란과 러시아 등 통제 국가를 확대해 광범위한 첨단 칩과 제조 장비 수출도 제한했다. 

이번 발표는 2022년 10월 상무부가 AI용 첨단 반도체 장비의 대중국 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한 지 1년 만이다. 

새 규제 하에서는 현재 기술 요건을 다소 밑도는 저사양 AI 반도체의 대중 수출이 금지되고, 나머지 반도체 수출에 대해서도 기업 보고가 필요하다. 수출통제 대상인 국가에 본사를 두고 있다면 반도체 칩과 제조 장비를 보낼 수 없게 됐다. 

작년 수출통제 조치 후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NVIDIA)는 생성형 AI 등 AI 시스템 개발에서 업계 표준이 된 H100를 포함해 총 2종의 최첨단 AI 반도체를 중국 기업에 수출할 수 없다. 

하지만 엔비디아는 상무부 규제 기준을 밑도는 성능의 AI 반도체를 중국 시장용으로 제조·판매해 왔다. 이 칩들은 H100과 A100보다 10~30% 정도 낮은 성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 상무부는 이러한 수출통제 조치의 우회를 막기 위해 규제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30일 이후 발효된다. 

앞으로 엔비디아는 중국용으로 개발한 저사양 AI 칩인 A800과 H800 수출이 통제된다. 현재 바이두·알리바바 그룹·텐센트 등 중국 IT 기업들은 클라우드 컴퓨팅 서버에 엔비디아의 H800 칩을 사용하고 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VI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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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엔비디아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콜렛 크레스는 지난 6월 H800과 A800이 규제 대상이 되더라도 실적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인텔 역시 대중국 제재 우회조치로 출시한 저사양 AI용 반도체 '가우디 2'가 직격타를 입게 될 전망이다. 2022년 한해 인텔은 전체 매출의 27%를 중국 시장에서 거뒀다.

◆ 美, "AI 반도체 대중 수출은 국가안보 위협"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새 조치는 지난해 10월 발표된 규제의 허점을 보완해 중국 군사 개발을 저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최소 1년마다 업데이트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미국 정부는 AI 반도체의 대중 수출을 국가안보 차원에서 파악하고 있다. AI는 화학무기 제조나 사이버 공격 목적의 컴퓨터 코드 생성에 이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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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우리의 행동은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술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신중하게 조율되고 있다. 미국과 동맹국의 기술이 국가안보를 위협하지 않도록 의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가 조치는 중국의 첨단 AI 산업의 발전 속도를 늦추는 동시에 엔비디아를 비롯한 미국 칩 제조업체의 수익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클라우드 규제도 검토 중 

한편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 기업의 미국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접근도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가 첨단 반도체 대중 수출 규제를 강화하더라도 중국 기업들이 미국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실물 AI 반도체가 없어도 동일한 AI 기능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조지타운대 안보첨단기술연구센터(CSET) 소속 에밀리 와인스타인 연구원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중국 기업들이 엔비디아 첨단 반도체에 접근하고 싶다면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를 통해서만 가능한데 현시점에선 합법적인 상태"라고 밝혔다.

WSJ은 미 행정부가 앞으로 별도의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접근을 규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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