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건강을 위해 채소 위주의 식생활을 하려고 해도 고기의 유혹은 참기 어렵다는 사람이 많다. 반대로 육류를 싫어해서 자연스럽게 채식주의자가 된 사람도 있다.
채식주의자 약 5000명과 일반인(비채식주의자) 약 33만 명의 유전자를 비교 분석한 연구를 통해 채식주의와 관련된 특정 유전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기후변화·동물복지·건강지향 등 채식주의자들은 다양한 이유로 채소와 과일 위주의 식생활을 선택한다.
하지만 '자칭 채식주의자'의 무려 48~64%가 실제로는 생선이나 고기를 섭취한다는 보고도 있어, 채식주의 관철 여부는 식사 취향뿐만 아니라 영양에 대한 육체 반응이 관계되어 있을 가능성이 지적되고 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페인버그 의대 나빌 R 야신(Nabeel R. Yaseen) 박사 연구팀은 등은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발표한 논문에서 영국 UK바이오뱅크에 등록된 유전자 데이터와 식생활을 비교해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우선 참가자들이 채식주의자인지 파악하기 위해 채식이나 비건식을 실천하고 있는지, 지난 1년간 '어패류·가공육·닭고기·쇠고기·돼지고기·양고기'등을 먹었는지 묻는 두 가지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육류를 전혀 입에 대지 않는 엄격한 채식주의자는 5324명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채식주의자는 ▲여성인 경우가 많았고 ▲나이는 어리고 ▲BMI 수치는 낮으며 ▲직업 상황 등에서 산출되는 박탈지수(Townsend deprivation index)가 높은, 즉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4가지 경향을 보였다.
연구팀이 엄격한 채식주의자와 육류를 먹는 대조군 참가자 32만 9455명의 유전자를 비교한 결과, 18번 염색체에 채식주의와 관련된 일염기다형(SNP), 즉 유전자 변이인 rs72884519를 발견했다.
rs72884519는 ▲TMEM241 ▲RIOK3 ▲NPC1 ▲RMC1 네 가지 유전자와 관련이 있다. 연구팀은 이 중 채식주의와 유의미한 관련이 있는 3개의 유전자 ▲RIOK3 ▲NPC1▲RMC1을 특정하고 잠재적으로 연관된 유전자 31개를 찾아냈다.
유전자 3개 중 'NPC1'과 'RMC1'는 지질 대사나 뇌 기능과 관련되어 있다. 지질은 동식물의 조직에 존재하는 지방·스테롤 등의 유기화합물을 말한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지질 대사와 뇌에 미치는 영향의 차이가 채소 위주의 식생활을 선택하는 데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지질 대사와 관련이 있는 이러한 유전자가 없는 사람은 육류와 생선을 갈망하게 돼 채식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야신 박사는 "육류에는 일부 사람에게 중요한 지질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 채식에 맞는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은 이들 유전자를 통해 육식하지 않고도 그 성분을 체내에서 합성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는 종교적·도덕적 이유로 채식을 선택한 상황에서 이를 지속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의지만이 아닌, 유전적 특성이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