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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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건강을 위해 채소 위주의 식생활을 하려고 해도 고기의 유혹은 참기 어렵다는 사람이 많다. 반대로 육류를 싫어해서 자연스럽게 채식주의자가 된 사람도 있다. 

채식주의자 약 5000명과 일반인(비채식주의자) 약 33만 명의 유전자를 비교 분석한 연구를 통해 채식주의와 관련된 특정 유전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기후변화·동물복지·건강지향 등 채식주의자들은 다양한 이유로 채소와 과일 위주의 식생활을 선택한다. 

하지만 '자칭 채식주의자'의 무려 48~64%가 실제로는 생선이나 고기를 섭취한다는 보고도 있어, 채식주의 관철 여부는 식사 취향뿐만 아니라 영양에 대한 육체 반응이 관계되어 있을 가능성이 지적되고 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페인버그 의대 나빌 R 야신(Nabeel R. Yaseen) 박사 연구팀은 등은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발표한 논문에서 영국 UK바이오뱅크에 등록된 유전자 데이터와 식생활을 비교해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LOS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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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우선 참가자들이 채식주의자인지 파악하기 위해 채식이나 비건식을 실천하고 있는지, 지난 1년간 '어패류·가공육·닭고기·쇠고기·돼지고기·양고기'등을 먹었는지 묻는 두 가지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육류를 전혀 입에 대지 않는 엄격한 채식주의자는 5324명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채식주의자는 ▲여성인 경우가 많았고 ▲나이는 어리고 ▲BMI 수치는 낮으며 ▲직업 상황 등에서 산출되는 박탈지수(Townsend deprivation index)가 높은, 즉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4가지 경향을 보였다. 

연구팀이 엄격한 채식주의자와 육류를 먹는 대조군 참가자 32만 9455명의 유전자를 비교한 결과, 18번 염색체에 채식주의와 관련된 일염기다형(SNP), 즉 유전자 변이인 rs72884519를 발견했다. 

rs72884519는 ▲TMEM241 ▲RIOK3 ▲NPC1 ▲RMC1 네 가지 유전자와 관련이 있다. 연구팀은 이 중 채식주의와 유의미한 관련이 있는 3개의 유전자 ▲RIOK3 ▲NPC1▲RMC1을 특정하고 잠재적으로 연관된 유전자 31개를 찾아냈다.

유전자 3개 중 'NPC1'과 'RMC1'는 지질 대사나 뇌 기능과 관련되어 있다. 지질은 동식물의 조직에 존재하는 지방·스테롤 등의 유기화합물을 말한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지질 대사와 뇌에 미치는 영향의 차이가 채소 위주의 식생활을 선택하는 데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지질 대사와 관련이 있는 이러한 유전자가 없는 사람은 육류와 생선을 갈망하게 돼 채식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야신 박사는 "육류에는 일부 사람에게 중요한 지질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 채식에 맞는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은 이들 유전자를 통해 육식하지 않고도 그 성분을 체내에서 합성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는 종교적·도덕적 이유로 채식을 선택한 상황에서 이를 지속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의지만이 아닌, 유전적 특성이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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