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패션 메카 ‘두타·DDP’는 중국 관광객 물결


[데일리포스트=김혜경 기자] 과거 대한민국 문화예술의 메카였던 명동은 현재 요우커(游客·중국인 관광객)들의 산실이 됐다. 말 그대로 패션 관광을 위해 몰려 든 ‘오성홍기(중국인민기)’의 붉은 물결로 홍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청바지를 입고 통기타를 짊어 맨 채로 명동 거리를 바쁘게 오가던 청년들의 모습은 실종된 지 오래다. 한국어 대신 북경어와 중국의 방언들로 가득한 동대문은 양 손 가득 화장품 가방과 방금 구입한 옷을 담은 쇼핑백을 든 중국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90년대 초반 ‘커피 한잔과 당신’이라는 노래가 운치 있는 레코드 가게에서 들려오던 명동은 이제 커피의 향기나 고즈넉한 음악다방을 울리던 DJ의 감미로운 목소리 대신 요우커, 즉 중국 관광객을 위한 거대한 코스메틱 시티로 탈바꿈됐다.


명동의 전철을 밟고 있는 또 다른 곳이 있다. 바로 ‘패션 1번지’라 불리는 동대문이다. 과거 전태일과 평화시장으로 대변되는 이곳은 대한민국 패션 메카로 성장했고 최근 관광객들이 꼭 방문하는 명소가 됐다.


특히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개관한 뒤로 동대문 일대에 요우커들이 더 붐비기 시작했다. 요우커 사이에서 ‘화장품은 명동에서 의류는 동대문에서’ 라는 암묵간의 규칙이 있기라도 한 듯 주말 오후 찾은 동대문은 지하철역에서부터 북새통을 이뤘다.


역에서부터 여기저기서 중국어가 들리는 이 풍경. 명동과 자연스럽게 오버랩 된다. 기자는 인파를 뚫고 동대문 쇼핑의 상징적인 곳인 두산타워(두타) 쪽으로 걸어갔다.


두타 광장에는 벌써 쇼핑백을 든 요우커들이 광장의 대부분을 점령한 채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고 있었다. 또 다른 관광객 무리의 가이드는 “??就是DOOTA(여기가 바로 두타입니다)”라고 말하며 그들을 인솔하고 있었다.


광장을 지나 두타 안으로 들어가면 내국인의 외로움은 더해진다. 큰 소리로 호객 행위를 하는 중국인 직원이 없다는 점만 제외하고 명동과 비슷한 풍경이 연출된다.


두타에도 중국인 관광객이 점점 늘어나다보니 명동처럼 중국인 직원으로 도배는 하지 않더라도 원어민을 채용한 매장이 간혹 눈에 띈다.


그러나 중국인 수요만큼 중국어 서비스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아 이곳저곳에서 의사소통 문제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또 중국인이 중국어로 한국인 직원에게 말을 건넬 때 급히 옆 매장의 중국인 직원의 도움을 구하는 풍경 역시 이 곳 상황을 잘 묘사해 준다.


두타에서만 벌어지는 재미있는 광경도 있다. 중국어가 서툰 한국인 직원이 물건을 팔 때 중국어와 한국어를 섞어서 말하는 것이다.


한 매장에서 옷을 고르고 있는 중국인에게 한국인 직원이 “이거 ?色(파란색)이 더 好看(예쁘다)”라며 열심히 설명 중이다. 물건을 파는데 지장이 되지 않을 정도의 단어만 중국어로 사용해 고객을 응대하는 모습은 이곳에서 비일비재하다.


매장 어디를 둘러봐도 내국인들은 드문드문 눈에 띄었다. 특히 구경만 하고 있는 내국인들은 간혹 눈에 띄어도 손에 쇼핑백을 든 채로 쇼핑 중인 한국인들은 드물었다.


두타에 따르면 전체 방문객들 중 40%가 외국인이고 이 중 80% 정도가 중국인 관광객이다. 요우커들은 두타에서 1인당 평균 12만원씩 지출하고 있다. 두타에서도 한류 영향으로 인해 여성의류와 함께 화장품이 가장 잘 팔리는 제품이다.


두타의 한 의류점 직원은 “이곳에는 내국인보다 중국인이 압도적으로 많다”며 “여기 한 층만 잠깐 둘러봐도 바로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류점 직원은 “두타를 비롯한 동대문 일대도 명동과 비슷한 환경이 돼가고 있다”며 “중국인들은 일단 손이 크기 때문에 그냥 구경하는데 그치지 않고 물건을 엄청 잘 사간다”고 말했다.


한편 이같이 중국인 특수를 누리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내수경기의 침체로 인해 과거보다 방문객이 줄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잡화점 점주는 “두타가 지난해 9월 리뉴얼을 했는데 현재 리뉴얼 전보다 방문객이 20% 정도가 줄어든 것 같다”며 “리뉴얼을 한다고 공백기를 뒀는데 그 여파가 아직까지 남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요즘은 내국인만 보고는 절대로 장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중국인이 물건을 조금이라도 사줘야 먹고 산다”며 “내수가 죽어도 너무 죽은 것 같다”한숨을 내쉬었다.


두타 관계자는 “리뉴얼하기 전인 지난해 1분기와 리뉴얼한 후인 올해 1분기의 매출을 비교했을 때 실제 10% 정도 줄었다”며 “리뉴얼의 영향보다는 전반적인 국내 경기의 침체로 인해 매출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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