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황현주 기자] 일본은행의 양적완화로 일본 국채시장에 외국 자금이 대거 몰려들고 있다. 때문에 외신 등에서는 유사시 이 현상이 ‘트로이의 목마’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트로이의 목마는 그리스가 트로이 전쟁에서 거대한 목마를 만들어 그 안에 그리스 병사들을 숨겨놓은 후 트로이 병사들을 물리쳐 전쟁에서 승리한 이야기로,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즈(FT)는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이 일본 은행들을 오히려 압박할 수 있다고 29일(현지시각) 경고했다.


FT에 따르면 올해 들어 달러가 엔화에 대해 약세로 반전된 것처럼 유로도 엔에 대해 약세가 됐다며, 이 때문에 환율 마찰이 지금까지보다 훨씬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FT는 지난 1분기 일본 국채시장에 외국 자금이 대거 유입됐다며, 금리차가 좁혀진 점은 일본은행의 대대적인 양적완화 실행 탓이라고 강조했다.


더욱이 올해 초 기준으로 외국인의 일본 국채 보유 비율이 기록적인 9.3%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FT는전했다. 이와 관련, 일본 국채의 대부분을 국내 자본이 인수해온 그간의 관행에서 크게 벗어난 것으로 지적됐다.


FT는 이런 추세 변화가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며 일본의 급격한 노령화로 사회 자본 수요가 급증한 것을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국외 자금 유입은 또 유사시 금융 안전망이 될 수도 있으며, 지금과 같은 저금리 기조에서는 상환 부담도 크지 않다고 FT는 덧붙였다.


또한 시장 전문가들은 그간 엔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캐리 트레이드 통화 매력이 커졌던 것이 ECB의 양적완화 실행에 완벽한 걸림돌이 돼왔음을 언급했으며, 유로 국채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되도록 하는데도 이바지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채권 수익률 하락은 그만큼 시세가 뛰었다는 의미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분석도 지난해 역내국의 실질 차입 금리가 0.9%로, OECD 장기 평균치 1.6%를 크게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이자 상환 부담도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의 1%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일본의 공공 차입률이 GDP의 226%에 달한 상황에서 이런 느슨한 구도가 계속 이어질지는 의문이라고 FT는 지적했다.


FT에 따르면 만약 OECD 평균 차입 금리가 0.9%에서 3%로 정상화된다고 가정할 경우 일본 정부의 재정 적자율은 지난 2013년의 8.5%에서 13%로 급등하게 되고, 일본 은행들이 보유한 일본 국채도 지난해 말 현재 29%에 달한다. FT는 이런 상황에서 계속 밀려드는 외국 자금이 유사시 트로이 목마가 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한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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