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부종일 기자] 하나금융지주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통합을 강행하면서 노조에 대해 덩치에 맞지 않는 행보로 뒷말을 낳고?있다.


권력과 자금력에서 노조보다 우위에 있는 하나금융이 약자인 노조를 대하면서 여론과 재판부에 호소하는 ‘이열치열’ 전략으로 일관하면서 덩치값을 하지 못한다는?것이다.


최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외환은행 통합 가처분 이의신청 2차 심리에서 하나금융은 통합은행명에 ‘외환’ 또는 ‘KEB’를 포함하는 것 등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하나금융 측은 “통합은행명은 ‘외환’ 또는 ‘KEB’를 포함하여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통합은행의 가치를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외부 전문기관의 공정하고 객관적인 심의와 양행 직원의 의견수렴을 거치는 상향식 방식을 통해 통합추진위원회에서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외환은행 노조는 “일부 언론보도와 달리 하나측은 ‘외환 포함’을 약속한 바 없다”며 “(사측이) 행명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 자체를 밝힌 바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통합추진위원회를 열겠다는 것은 사측의 마음”이며, 상향식 방식에 대해서는 “지난해 합병 동의서를 강요하면서 직원을 동원했던 사례와 같이 여론조작의 의도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에서는 결과적으로 하나금융이 통합은행명에 ‘외환’ 또는 ‘KEB’ 포함 제안을 한 것에 대해서 “통 크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하나금융이 재판부에 노조와 불발로 끝난 합의서를 오픈한 것은 그동안 보여왔던 여론전의 또다른 행태라는 분석이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이번 합의서를 하나금융 측이 제안을 한 것은 맞지만 (우리와) 합의가 안 됐다”며 “이후 하나금융에서 일방적으로 자신들의 합의서를 발표했다”고 말했다.


노조는 외환은행의 5년간 독립경영을 골자로 하는 2·17 합의서를 지킬 것을 요구하고 법원까지 이 합의서의 구속력을 인정하고 있다. 이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양측 간의 대화가 중요한 것이다.


그럼에도 하나금융은 노조가 법원에 제기한 조기통합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물리적 통합에 제동이 걸리자 권력과 자금력을 동원해 IT통합, 공동상품 마케팅, 공동TV 광고 등을 하며 화학적 통합을 강행하고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노조도 건물 전광판에 광고를 하는 등 힘과 자본이 있다”며 “노조를 약자로 보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재판부는 다음달 3일까지 노사 양측에 쟁점 사안 등을 서면으로 제출할 것을 통보하고 대화 재개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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