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김혜경 기자]성역없는 수사를 공언하고 나섰던 검찰의 ‘성완종 파문’ 수사가 당초 기대와 달리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21일 홍준표 경남지사와 이완구 전 총리를 불구속 기소를 확정 발표하는 첫 수사 결과물을 내놨다.

지난 달 10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숨진 채 발견된 지 42일 만이며 특별수사팀이 구성된 지 39일 만에 리스트 인사에 대한 사법처리가 처음으로 확정된 것이다.

홍 지사와 이 전 총리가 불구속 기소됨으로서 ‘봐주기’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향후 검찰과 이들 간의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홍 지사와 이 전 총리에게 적용된 혐의는 당초 알려진 뇌물 수수혐의가 아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뇌물죄보다 법원의 양형이 관대하다.

당초 검찰은 이들이 증거인멸이나 핵심 증인을 회유한 의혹도 짙은 만큼 구속 수사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통상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서는 2억원 이상 수수할 경우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는 내부지침에 따라 불구속 기소로 수사 방향을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또 수사 여건상 유죄 입증을 확신하기 어렵다는 점과 증인을 회유하는 데 직접 가담했다는 점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 검찰 측의 설명이다.

검찰은 두 사람의 혐의 사실 중 금품거래 시점이나 장소, 방식 등과 관련된 구체적 내용은 첫 재판 때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금품 제공자이자 핵심 증인인 성 전 회장이 사망해 공소유지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홍 지사와 이 전 총리가 검찰의 공소장에 나타난 금품 수수 정황을 토대로 향후 반박 논리를 만들어내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검찰은 앞서 두 사람을 소환 조사할 때도 금품이 오간 구체적 일시 등은 아예 거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검찰은 지난 8일 홍 지사를, 14일에는 이 전 총리를 모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새벽까지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이들은 검찰 조사 이후에도 결백을 주장했다. 홍 지사는 “윤 전 부사장과 만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검찰이 발견한 의문의 1억2000만원은 아내 비자금”이라는 자충수를 두면서까지 검찰과 날선 장외 공방을 벌였다.

그는 자신의 SNS 계정과 기자회견 등을 통해 “단돈 1원도 불법 정치자금이 없다”며 “20년 정치를 했지만 1억원에 양심을 팔만큼 타락하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전 총리도 “선거 당시 성 전 회장과 독대한 기억이 없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홍 지사는 2011년 6월 한나라당 당 대표 경선을 앞두고 성 전 회장이 마련한 1억원을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으로부터 건네받은 혐의를, 이 전 총리는 충남 부여·청양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출마했던 지난 2013년 4월 4일 부여 선거사무소에서 성 전 회장으로부터 현금 3000만원을 건네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한편 검찰은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인물 중 성 전 회장이 2억원을 건넸다고 주장한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을 다음 타깃으로 정하고 이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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