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김혜경 기자]?각종 매스컴에서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을 국내 화장품업계의 맞수, ‘빅2’로 지칭한다. 덩치도 비슷할뿐더러 대한민국의 간판 격 화장품업체라는 점에서 둘은 늘 서로 비교 대상이 된다. 최근 장고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중국인 관광객(요우커)’을 등에 업고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있다.

이처럼 사이좋게 파이를 나눠먹고 있는 두 업체지만 경쟁에 임하는 속마음은 조금 다르다. 한국 대표 1위 화장품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며 여유로운 아모레퍼시픽과는 달리 이상하게 LG생활건강에게는 2위라는 이미지가 굳혀져 버렸다. ‘만년 2위’ 혹은 ‘뛰는 LG생활건강 위에 나는 아모레퍼시픽’이라는 수식어는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그러나 최근 LG생활건강이 그나마 긴장된 마음을 풀고 웃고 있다. 주가 상승과 함께 올해 1분기 사상최대의 분기실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는 아모레퍼시픽이 중국시장에서 남기고 간 ‘반사이익’을 한 몫 거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LG생활건강이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한데 이어 이달 아모레퍼시픽 역시 1분기 실적을 연이어 발표하고 나섰다.


지난달 21일 LG생활건강의 1분기 실적을 집계한 결과 매출액 1조3019억원, 영업이익 178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15.4%, 39.1%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특히 화장품사업이 전체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화장품사업의 매출액은 6103억원, 영업이익은 109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34.5%, 64% 증가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화장품사업 비중이 매출은 40%에서 47%로, 영업이익은 52%에서 61%로 급증했다.


특히 ‘후’ 브랜드가 면세점을 비롯한 프레스티지 전 채널에서 약진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전년 대비 301%나 증가해 150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현재 후는 요우커들이 LG생활건강 제품 중에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중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화장품 사업 분기 영업이익이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어섰다”며 “중국 소비자들의 수요 증가가 한 몫을 담당했다”고 말했다.


한편 아모레퍼시픽그룹은 1분기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7% 성장한 1조4438억원, 영업이익은 49.9% 증가한 3207억원을 기록했다고 지난 14일 공시했다.


이 중 핵심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의 1분기 영업이익은 278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58.2%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조2044억원으로 29.2% 늘었다.


아모레퍼시픽 등 주요 화장품 계열사가 국내외 지속적인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설화수와 헤라 등 주요 브랜드가 견고한 성장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사업은 중국과 아세안 등의 시장에서 사업을 확대하며 매출 고성장을 달성했다. 해당 시장에서 매출은 2412억원으로 50.6% 성장했다. 다만 프랑스와 미국 등 성장 시장에서의 매출은 389억원으로 7.7% 감소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 관계자는 “중국 시장에서는 BB쿠션 등 히트상품에서 매출 호조를 보인 라네즈를 비롯해 설화수와 이니스프리 등의 브랜드가 고성장을 견인했다”며 “라네즈는 백화점과 로드샵 등의 경로에서 고성장을 달성했고 설화수와 이니스프리 역시 신규 출점 등을 바탕으로 질적 성장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과거부터 엎치락 뒤치락을 거듭해 왔다. 그러나 화장품에 주력하는 아모레퍼시픽와는 달리 LG생활건강은 화장품·비화장품 부문이 매출의 각각 절반씩을 차지하고 있다.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 등 단순 수치를 비교하면 LG생활건강이 조금 앞서거나 양사가 서로 엇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화장품 부문만 놓고 봤을 때는 아모레퍼시픽이 이미 국내 대표 화장품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중이었고 LG생활건강은 항상 한 발짝 떨어져 있었다.


또 아모레가 자회사인 아모레퍼시픽을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중국시장에서 실질적인 수확을 거두기 시작하면서 화장품 부문에서 LG생활건강은 또 밀리게 됐다.


한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LG생활건강이 2위라는 이미지가 굳혀진 것은 아무래도 화장품 부문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이 강하다보니까 그렇게 된 것 같다”며 “최근 LG생활건강도 1분기 좋은 실적을 거두고 주가도 상승하고 있던데 현재 상황은 서로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주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LG생활건강이 현재 중국시장에서 아모레퍼시픽의 반사이익을 많이 보고 있다”며 “어쨋든 LG생활건강은 전체적으로 아모레퍼시픽을 따라는 그림”이라고 말했다.


손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LG생건은 화장품보다는 음료 부문의 성장세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며 “영업이익이나 주가 측면에서도 향후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화장품 대장주인 아모레퍼시픽이 액면분할을 위해 지난 달 22일부터 이달 7일까지 매매거래가 잠시 중단되면서 LG생활건강이 잠깐이나마 화장품 주도주 역할을 하는 쾌감을 맛보기도 했다.


그러나 잠실과 명동 일대 면세점에는 여전히 설화수나 헤라 등 아모레퍼시픽 계열의 화장품 매대 앞에 훨씬 더 많은 요우커들이 붐빈다. 요우커들은 아모레 쇼핑백을 하나씩 들고 LG생건의 후 브랜드 앞 매대를 기웃거리며 호기심을 보이고 있다.


LG생활건강은 화장품 부문에서 아모레퍼시픽의 그림자를 벗어나?‘제2의 아모레퍼시픽’이 아닌?‘제1의 LG생활건강’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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