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송협 편집국장]지난 28일 국내 포털 1·2위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기자간담회를 열고 뉴스 검색 제휴를 희망하는 군소 언론들에 대한 평가를 자신들이 아닌 언론사들에게 맡긴다는 이른바 ‘뉴스 제휴 평가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네이버와 다음이 담합해 제시한 내용을 보면 언론시장을 호도하는 ‘사이비 언론’을 퇴출하기 위해서라는게 평가위 구성의 취지다.

이를 위해 양사는 자신의 집(네이버 다음 뉴스 검색 제휴)에 들어오려는 손님이 도둑인지 여부를 이웃집(언론사)이 나서서 가려 달라는 것이다. 참으로 박장대소가 절로 나올만한 촌극이다.

양대 포털이 고심 끝에 제3의 기구를 끌어 들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미 오래전부터 포화 상태에 이른 네이버 다음에 입점 된 기득권 언론사들의 반발과 신규 입점을 시도하는 언론사들을 동종 업계인 언론사(평가위)가 직접 평가하는 방식으로 정작 자신들은 비난에서 벗어나기 위한 일종의 꼼수 전략이다.

무엇보다 언론사가 이들 포털을 대신해 뉴스 검색 제휴를 평가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사이비 언론에 대한 퇴출이라는 포석도 깔려있다. 지난 2000대 초반부터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온라인 매체들은 생존을 위해 협찬을 강요하며 성장해 왔다.

하루에도 수십개 씩 증가하는 온라인 매체의 증가는 결국 기업들의 부담감으로 작용돼 왔고 협찬 요구 역시 늘어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예산 고갈에 시달리는 기업들과 협찬을 독식하다시피했던 기존 매체들의 불만은 자연스레 높아졌다.

때문에 네이버와 다음은 그간 기업들의 극심한 반발과 매체 증가로 수익성이 줄어 든 기득권 매체의 반발이 지속됨에 따라 자신들이 주도했던 뉴스 검색과 제휴의 평가를 동종업계인 언론사에게 떠넘겨 신규 입점의 장벽을 높이고 사이비 언론 퇴출이라는 처방을 고안했다는데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실제로 네이버와 다음이 강조한 평가의 기준 내용에는 어뷰징 행위 근절을 평가위 출범의 배경이라고 꼽았다. 어뷰징은 언론사가 조회수를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동일한 제목의 기사를 의도적으로 송출하는 것인데 이를 막기 위해 언론사를 동원하겠다는 양사의 대안은 이해할 수 없다.

포털 입점을 위해 언론사가 언론사를 심사하는 것은 눈을 씻고 봐도 전무후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기자협회와 같은 언론사들의 협의체의 경우 신규 회원사에 대한 평가를 언론사가 직접 주도하고 투표를 거쳐 가입 여부를 가린다.

하지만 고작 포털 뉴스 검색 제휴를 신청하겠다는 언론사를 상대로 포털 기업이 자신의 권리를 언론사에게 위임하는 것 자체는 감히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없는 심각한 문제다. 그만큼 포털이 언론을 우습게 알고 있다는 것 아니겠는가?

이미 네이버나 다음 포털에 입점된 대다수 언론사들 역시 어뷰징의 심각성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더욱이 몸집이 커진 이 거대 매체들 또한 협찬을 위한 부정적 기사를 어지간히도 쏟아냈다는 것은 언론바닥에서 밥 깨나 먹은 중참 기자들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결국 기업들을 상대로 협찬과 광고를 뜯어내며 거대한 몸집을 불린 네이버 다음 포털의 소위 기득권 언론들이 병아리 밥그릇 보다 작은 군소 언론사들의 포털 진입을 평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원조 사이비 언론이 신생 사이비 언론사를 냉정하게 평가하겠다는 것 자체가 자가당착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가뜩이나 온라인 매체가 늘어난다며 자신들의 밥그릇에 숟가락 하나 더 얹는 것조차 용납하기 싫어하는 거대 사이비 언론사들이 순수성을 가지고 더 많은 양질의 기사를 생산하기 위한 군소 언론사들을 평가한다면 이 얼마나 모순된 현상인가?

게다가 자신들의 포털 진입을 시도하려는 신규 매체들에 대해 기업과 기득 언론사들의 눈치만 살피다 새로운 평가위원회를 구성하면서 모든 책임은 남에게 떠넘기려는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는 스스로 자괴감을 느껴야 마땅하다.

조선후기 서예가 송문흠 선생의 문집 ‘한정당집(閒靜堂集)’에 보면 ‘신지시비선악 욕위이여세이불휼 비혹지심여(身之是非善惡 欲委以與世而不恤 比惑之甚與)’라는 글귀가 있다.

내가 생각하고 결정해야 할 사안들을 내가 아닌 남의 판단에 맡기지 말고 내 자신 스스로 판단하고 냉정하게 결정하라는 뜻이다.

이미 자리를 잡은 기존 언론사들의 거센 반발과 기업의 불만 때문에 벌어지지도 않은 상황들을 미루어 짐작하면서 사이비 언론 정화를 위해 자신의 집에 들어오겠다는 손님을 남(언론사 평가위)에게 맡기는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의 이번 결정은 그 의도가 도무지 이치에 맞지 않는 ‘어불근리(語不近理)’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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