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김혜경 기자] 최근 식품업계는 가정간편식(HMR·Home Meal Replacement) 개발에 몰두하느라 분주하다. HMR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라면 등 인스턴트 제품을 포함해 편의점 등에서 볼 수 있는 도시락, 반찬 종류까지 일컫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1인 가구, 맞벌이 부부의 증가와 함께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식생활 패턴도 그에 맞춰 변화되고 있다.


이같은 사회 현상과 맞물려 가정간편식이 내수 침체에 빠진 업계가 살아남을 수 있는 ‘신 성장먹거리’로 낙점되면서 HMR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 중이다. 또 각종 요리 방송 프로그램의 인기로 인한 미식 트렌드의 확산은 급하게 한 끼를 때우기 보다는 ‘한 끼를 먹더라도 잘 챙겨먹자’는 분위기를 형성시켜 ‘HMR 고급화’에 일조하고 있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2009년 7100억원 수준이던 국내 가정간편식 시장은 1인 가구 증가에 힘입어 지난해 1조7000억원으로 성장했다. 업계는 올해 간편식시장이 지난해 대비 15~20% 정도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HMR 시장 성장 배경에는 1인 가구의 급증이 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 비중은 지난해 기준 23.9%에 달했으며 1~2인 가구의 비중은 올해 전체 가구의 절반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돼 오는 2025년 1인 가구의 비중은 31% 이상, 1~2인가구 비중은 60% 이상까지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가구 구조의 변화와 함께 그들의 생활패턴 변화도 HMR 시장 성장을 부채질하고 있다. 가정간편식은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을 완성 직전 단계로 판매하는 제품’이다. 즉 복잡한 조리 과정없이 끊이거나 데우는 등 단순한 조리 과정으로 훌륭한 한 끼 식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1~2인 가구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생활이 바쁜 그들에게 집에서 많은 시간을 들여 요리를 하는 것은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시간이 없다고 해서 대충 끼니를 때우는 것도 이들은 탐탁지 않아 한다. 이같은 딜레마 틈새를 파고든 것이 바로 HMR 제품이다.


식품 전문가들은 한국의 연간 식소비시장의 규모를 163조원으로 정도로 보고 있다. 향후 인구의 절반 이상이 1~2인가구이고 이 중 90% 이상은 집에서 요리를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HMR의 성장가능성은 폭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HMR 수요는 온라인 쇼핑을 등에 업고 급성장할 전망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간한 ‘2014 가공식품 소비자 태도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간편식과 프리미엄 가공식품 구입 경험은 2013년 기준 각각 72.6%, 56.8%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10.7%포인트, 19.2%포인트씩 늘어난 수치다.


인스턴트 식품이 인구 구조 변화에 발맞춰 고급화를 표방하기 시작하면서 상대적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는 제품군이 있다. 바로 한 끼 식사에 있어 전통적인 강자인 ‘라면’이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과 누구나 조리 할 수 있다는 강점으로 오랜기간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농식품유통교육원에 따르면 국내 간편식 시장 규모는 2012년 9529억원, 지난해 1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라면시장이 1조9700억원 정도 규모인 것을 고려했을 때 가정간편식이 라면을 대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라면은 HMR 시장의 1세대 제품이다. 라면에 이어 ‘3분 요리’와 ‘즉석밥’ 등 데워서 먹는 레토르트 제품이 HMR 2세대다. 그리고 최근 부상하는 제품들은 맛과 영양을 한 단계 높인 프리미엄 제품, 즉 3세대라고 볼 수 있다.


국내 업체들이 너도나도 프리미엄 HMR 제품에 몰두하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제품군의 인기는 실제 매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2012~2014년 장류, 식용유지 등 식사의 기본 재료가 되는 상품들의 매출은 30% 정도 하락한 반면 컵밥류의 매출은 최대 6배로 급증했다.


편의점 GS25의 경우도 도시락 등 HMR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13년 21.2%, 2014년 26.7%, 올해 지난달 말 기준 28.3% 증가했다.


최근 HMR 시장에서 눈에 띄는 점은 식품업계 뿐만 아니라 마트 등 유통업계도 PB(자체브랜드) 상품을 내놓는 등 해당 시장 선점을 위해 모든 사활을 걸고 있다는 것이다.


이마트는 정용진 부회장이 ‘피코크’라는 이름의 자체 HMR 브랜드를 앞세워 진두지휘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피코크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점찍고 코스트코의 PB 브랜드 ‘커클랜드’ 수준에 버금가는 최상급 PB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포부다.


이마트는 최소유지상품단위(SKU)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SKU 상품 수를 ?점차 확대해 지난해 780억원 수준이던 피코크 매출을 올해 1500억원, 2023년 4000억원을 달성할 방침이다.


한편 피코크 매출은 지난해 전년 대비 60% 성장한 데 이어 올 1분기에는 300억원을 달성해 전년 동기 대비 56%가량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홈플러스도 PB 간편식 브랜드 ‘싱글즈 프라이드’ 제품군을 기존 46개에서 100개로 확장했다. 홈플러스 간편식 매출은 싱글즈 프라이드 출시 100일만에 13% 증가했다.?롯데마트 역시 현재 580여 종에 달하는 가정간편식 품목을 판매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간편대용식 시장에서도 보다 높은 품질의 ‘프리미엄’ 제품군을 원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급하게 한 끼를 때우는 것이 아닌 ‘간편하면서도 맛있는 한끼’를 제공한다는 것이 소비자 니즈에 부합할 수 있는 핵심 요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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