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식 먹이사슬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乙들의 몫’


[데일리포스트=김혜경 기자] 국내 제빵 재벌인 SPC그룹이 협력사를 통해 가맹점에 지원하는 제빵사들의 급여 중 일부가 중간에서 증발돼 가맹점주들이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SPC그룹의 주력 브랜드인 파리바게뜨는 가맹점주가 중심이 돼 지역별 곳곳에서 개별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점주와 함께 매장을 구성하는 인력은 빵을 제조하는 제빵기사들이다.


제빵기사는 점주가 직접 채용하는 매장 내 판매 아르바이트 직원과 달리 각 지역별 파리바게뜨 협력사 소속 직원과 파리바게뜨 본사 소속 직원으로 구분되며 5년 이상 경력을 통해 본사 정직원으로 인정받는다.


하지만 본사 소속 기사 채용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고 파리바게뜨 제빵사로 근무하기 위해 도급(위탁)소속인 비정규직 과정을 밟아야 하는 조건이 요구되고 있다.


현재 파리바게뜨 가맹본부와 계약을 체결한 도급사는 오성산업과 국제산업, 휴먼테크원, 엠피코리아 등 8곳이며 도급사 채용에서 합격된 제빵기사들은 10주간 파리바게뜨 교육 이후 배정 받은 점포에서 근무하게 된다.


각 점포에서 근무하는 제빵 기사들은 협력(도급)사로부터 급여를 지급 받는다.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급여 방식은 각 점주들이 근무시간을 정산해 협력사에 통보하면 협력사가 용역 수수료를 제하고 나머지를 제빵사들에게 지급한다.


문제는 제빵기사 급여로 매달 점주 통장에서 출금되는 액수와 제빵기사가 실제 수령받는 금액의 차이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이에 점주들은 강한 의문점을 제기하고 있다.


파리바게뜨 OO점 A점주는 “본 점포에서 제빵기사 1인당 급여로 매달 270만원씩 통장에서 자동 출금되고 있지만 제빵사가 실제 수령하는 금액은 180만원이다”면서 “식대와 4대보험, 퇴직금 등을 공제하더라도 매달 90만원이 빠지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전했다.


또 다른 점주 B씨도 “제빵기사 2명의 급여로 매달 623만원을 지출하고 있지만 실제 제빵사들의 실수령액은 각각 200만원도 되지 않는다”면서 “1인당 6000원 정도의 식대도 매달 포함돼 출금되는데 이 식대 역시 제빵사들에게 제대로 지급되는지 여부도 알 수 없다”고 토로했다.


점주들의 주장대로라면 제빵사에게 지급될 급여 중 상당수가 허공으로 증발되고 있다. 식대와 4대보험, 기타 부가가치세를 공제하더라도 20~30만원 정도의 금액이 비게 되는 것이다. 점주들은 이 금액이 어디로 사라지고 있는지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본지 취재 결과 당초 점주들이 제빵사들에게 지급한 급여와 제빵사의 실수령액 사이 사라진 20~30만원 상당의 금액은 바로 도급(용역)업체가 아웃소싱 명목으로 가져간 수수료였다.


통상적으로 도급업체는 근로자를 대신해 사용주와 고용계약을 맺고 높은 수수료를 챙긴다. 일반적으로 이같은 업체들은 15~20% 정도의 수수료를 가져간다.


파리바게뜨 점주들은 당초 공제된 이 비용의 출처조차 알지 못하고 있어 결국 가맹본부인 파리바게뜨와 용역업체로부터 급여 일부를 자신도 모르게 강탈당하고 있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도급(위탁)업체(A)는 근로자가 실제로 근무할 업체(B)와 계약을 맺는다. A는 근로자를 파견시키고 관리하는 비용으로 매월 B에게 일정 수수료를 청구해서 받는다.


받은 수수료에서 관리자 인건비 등 기타 비용을 빼면 A가 가져가는 순수익이 된다. 단 근로자의 월급은 B에게 별도로 청구한다. 근로자의 월급에서 수수료를 제하는 것은 현행법상 위법이다.


파리바게뜨 협력사인 국제산업 관계자는 “90만~100만원 공제되는 것은 적은 축에 속한다. 우리 측에서 식대와 4대보험, 퇴직금, 도급비용 등 기타 제반비용을 빼고 제빵기사에게 적정 연봉을 맞춰 주려면 적자가 생긴다”면서 “파견직 제빵기사 사용 여부는 강제사항이 아니다. 이것이 부당하다면 점주는 협력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제빵기사를 고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SPC 관계자는 “제빵기사들 중 일부는 본부 소속이고 일부는 협력사 소속”이라며 “제빵기사 근무 자격요건이 본사 제빵교육기간을 거쳐야 한다는 점인데 협력사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제빵기사 급여체계와 관련해 자세한 부분은 알아봐야겠지만 제빵기사 실 수령액의 50% 정도를 본사에서 제공해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업체들의 이 같은 반응에 점주 B씨는 “식대와 4대보험 등이 대략적으로 포함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공제되고 있는지 그 내역에 대해 단 한 번도 고지 받은 적 없다”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현재 국가에서는 32개 직종을 파견직으로 허가하고 있는데 가맹점에서 근무하는 제빵기사는 파견대상 직종이 아니고 ‘도급위탁 형태’로 구분된다”며 “도급 업종의 제한은 없으며 업체 간 자유로운 영업 계약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파견직처럼 국가에서 정확한 실태 파악이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법리적으로는 문제가 없더라도 사실 이런 시스템으로 인해 근로자가 피해를 보는 부분은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며 “비단 제빵기사 뿐만아니라 건설 현장 등에서도 도급문제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현행법은 이같은 상황에서 발생하는 수수료의 상한선을 따로 두고 있지 않다”며 “다만 정보공개서와 계약서, 특약조건에는 따로 포함돼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기재돼 있는지 우선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가맹본부가 자신들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올리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같은 방식의 수수료도 그 중 하나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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