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부종일 기자] 한화생명이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을 앞두고 ‘CEO 리스크’에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한스 후거보스트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 위원장은 지난 4월 IFRS4 2단계를 당초 2018년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2020년으로 늦췄습니다.

IFRS4 2단계가 도입이 되면 보험사의 부채 평가기준이 원가에서 시가로 바뀝니다. 또 저축성보험 보험료가 매출로 잡히지 않게 됩니다.

특히 저축성보험 보험료를 매출로 잡지 못할 경우 재무구조 악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동안 저축성보험은 규모(외형)를 키우기 위해 보험사들이 영역을 확장해왔습니다.

문제는 IFRS4 2단계 도입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음에도 한화생명은 고금리 양로보험(저축성보험)을 판매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한화생명의 연납화보험료(APE) 기준 올 상반기 저축성보험 판매 실적은 4400억원으로 전체의 33%입니다. 이 중 양로보험의 규모는 3500억원으로 80%를 차지합니다.

한화생명은 이 상품의 최저보증이율을 3.25%로 높게 책정해 올해 2월부터 방카슈랑스 채널 등을 통해 공격적으로 판매했습니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 방카슈랑스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빅3’사인 삼성생명이나 교보생명과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김연배 한화생명 대표이사 부회장이 IFRS4 2단계 도입을 알고도 재임시 평가를 우선해 저축성보험 판매 확장에 열을 올리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보험사들은 오히려 흑자에도 유상증자를 하는 등 IFRS4 2단계 대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IBK연금보험의 경우 주력인 저축성보험 판매로 4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지만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섰습니다. 유상증자 후 RBC비율(지급여력비율)은 197.3%에서 130% 오른 330%가량이 될 전망입니다. 이 수치는 외국계 보험사를 제외하고 삼성생명 다음으로 높아지는 것입니다.

김연배 한화생명 대표이사 부회장은 이달 말까지 부회장직을 유지하고 다음달부터 한화그룹 인재경영원 고문으로 자리를 옮겨 사실상 일선에서 물러나게 됩니다.

이를 두고 한화그룹 3세들과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젊은 CEO를 배치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일이라는 설명도 있지만 취임 1년 만의 교체는 김 부회장이 내실은 없고 외형 성장 위주의 ‘방만한’ 경영에 대한 책임을 지는 의미라는 설도 있습니다.

김 부회장 후임으로 차남규 한화생명 대표이사가 1년 만에 다시 단독 대표이사의 자리로 되돌아옵니다.

IFRS4 2단계를 앞두고 차 대표가 어떤 처방을 내릴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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