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송협 편집국장]끊이지 않고 터져 나오는 정치인과 공직자들의 비위(非違)행위, 정권이 바뀔 때 마다 이 지긋지긋한 부정과 부패를 근절하겠다는 외침을 우리는 정말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 곳곳은 탐욕과 거짓을 동반한 부패로 얼룩져 가뜩이나 극심한 불황으로 삶이 고단한 국민들의 가슴은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최근 국민들은 공기업 방송사 아리랑TV? 방석호 사장의 법인카드 남발을 고발한 한 매체의 보도를 접하고 개탄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고 있는 아리랑TV 방석호 사장은 지난해 5월과 9월 두 차례 업무차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고 합니다.

지극히 업무를 위한 출장이었지요. 하지만 방 사장은 업무차 방문한 뉴욕에서 자신의 부인, 딸 등 가족과 함께 한 끼 100만원을 넘는 식사를 하고 하루 숙박비 수 십만원대 호텔비를 개인카드가 아닌 법인카드로 지불했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뉴욕 출장을 빙자한 방 사장은 자신의 아들이 재학 중인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듀크대 인근 고급 레스토랑에서 회삿돈을 펑펑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방 사장은 회사 업무가 아닌 가족과 함께 화려한 외출을 다녀온 것이지요. 최초 보도를 전한 매체 기자의 “현재 의혹에 대해 인정하냐”는 질문에 “내가 대답할 의무 있냐...”며 응수한 방 사장은 말 그대로 ‘오만불손’의 전형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방 사장이 재직 중인 아리랑TV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산하 기관? 즉 공기업입니다. 공기업은 국민의 소중한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투명하고 깨끗한 운영이 원칙입니다.

더욱이 극심한 부채여산에 시달리고 있는 대다수 공기업과 마찬가지로 아리랑TV 역시 흑자보다 적자경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처럼 위태위태한 경영조건에도 불구하고 긴축재정을 강조하며 실천해야 할 공기업 수장이 되레 가족과 더불어 회삿돈을 남용했다는 것 사실만으로도 아리랑TV의 방만한 경영실태는 눈을 감고도 얼마나 심각할지 알 수 있습니다.

인성이 부족한 탓일까요? 아니면 국민의 세금 따위는 아무렇지 않게 펑펑 써도 된다는 인식이 곪아터진 뇌 속에 빼곡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일까요?

정상적인 상식으로 바라볼 때 방 사장의 행실은 국민들로부터 비난 받아 마땅하지만 정작 본인은 자신이 왜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표정입니다.

그저 재수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요? 무엇보다 자신의 올바르지 못한 행실이 만천하에 드러났을 때 느껴야 할‘자괴지심(自愧之心)’을 논란의 당사자인 방 사장에게는 전혀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조선후기 실학자 다산 정약용 선생은 국가의 재정을 움직이는 공직자들을 향해 ‘검약무화 처관여가, 엄내외지별 명공사지계(儉約無華 處官如家 嚴內外之別 明公私之界)’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공직자는 검소하고 절약해 사치함이 없고 관청에 있을 때도 내 집에 있는 것처럼 아껴야 하며 안과 밖의 구별을 엄격히 하고 공사의 한계를 명확히 하라고 경책 했습니다.

국민이 낸 세금이 남의 돈이라 생각하지 말고 소중하게 사용한다면 그 공직자는 국민들로부터 칭송 받아 마땅하나 국민의 세금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한다면 지탄 받아 마땅하다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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