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법 병행수출 기승…국내 소비자 ‘문전박대’

[데일리포스트=송협 기자·심재민 PD] 모닝밴이요? 안 팔아요. 모닝밴은 사셔서 무엇에 쓰시려구요? 혹시 100만원 받고 아르바이트 하시는 겁니까? 사업자시면 사업자등록증 가져오세요”?(기아자동차 영업소 관계자)

인천지역에서 조그마한 의류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황태석(가명·43)씨는 업무상 필요한 차량(모닝밴)을 구매하기 위해 기아자동차 영업소를 방문했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습니다.

많지도 적지도 않은 의류들을 싣고 이동하기 위해 가장 적합한 차량을 찾던 황씨는 기아자동차에서 판매하고 있는 경차 모닝밴을 구입하려 내방했던 이 매장에서 ‘모닝밴’ 한마디에 말 그대로 문전박대를 당한 것입니다.

모닝밴을 보러 왔다고 하니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이 차(모닝밴)는 구입해서 뭣에 쓰려고 하냐고 반문하더라고요. 어이가 없었죠. 차를 구매하러 간 손님에게 왜 차를 사려하냐고 물어보는데 어이도 없고 기분도 나빴습니다.”

모닝밴을 구입하러 갔다 졸지에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은 황씨가 영업소 직원에게 전해들은 모닝밴 판매거절 이유는 이랬습니다.

얼마전부터 베트남, 태국, 아프리카 등으로 수출하는 업자들이 차량 한 대당 100만원을 주고 아르바이트를 고용해 편법적으로 해외로 병행 수출하고 있기 때문이라는군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의 명의로 모닝밴을 구매토록 하고 계약금 10만원을 걸게 합니다. 이후 차량이 출시되면 그 차량의 잔금을 수출업자가 구매인(알바)을 통해 납부토록 하는 거죠.



구매인이 차량을 인도 받으면 바로 그 차량을 인수하는데 이때 약속했던 금액 100만원을 주고 차량을 인수해 갑니다. 이 수출업자는 이 차량을 바로 베트남 등지에 내다 팔게 되는데요. 현지에서 인기많은 모닝밴은 판매가 2000만원을 호가 한다고 합니다.

국내에서 모닝밴은 고급형 판매가격이 최고 1080만원, 하지만 기아차 전 영업소 및 대리점에서는 100만원을 할인해주는 것을 감안한다면 980만원인 셈입니다. 결국 업자는 980만원에 모닝밴을 구입해서 중간 마진 대략 500만원을 얹어 팔고 차익을 챙기는 겁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업자들은 돈이 궁한 사람들과 결탁해 모닝밴을 편법적인 방법으로 싹쓸이 한 것입니다. 문제는 기아자동차 해외 현지 법인에서 난리가 난 것입니다.

해외 현지 법인의 이 같은 반발이 거세지면서 현대기아차 본사는 대응에 나섰습니다. 당장 전국 지점과 영업소마다 공문을 보냈습니다. ▲모닝밴을 판매할 때 주의할 것 ▲구매를 요구하는 소비자의 신원을 파악할 것.

편법을 일삼는 수출업자와 돈이 궁한 사람들 때문에 결국 소비자만 골탕을 먹고 있는 것입니다. <데일리포스트>가 현대기아차 본사 홍보팀에 문의를 해봤습니다. 결국 아무것도 모르는 소비자들이 피해보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홍보팀 관계자는 소비자가 이해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차량을 판매해서 실적을 올려야 하는 판매점 영업직원들 역시 일하기 힘들다고 토로합니다.

인천지역 기아자동차 판매 영업소 관계자는 고객님들도 이해가 안되시겠지만 저희도 이해가 안됩니다. 이 차(모닝밴)를 아예 팔지를 말던가 단종을 시켜버리던가 해야지

설상가상 모닝밴 때문에 때 아닌 폭탄을 맞고 있는 영업사원들에게 소비자들이 모닝밴을 찾으면 모닝 승용차를 구매할 것을 설득하라고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서울 영등포구 기아자동차 판매 대리점 관계자는 저희도 차를 파는 입장에서 거절을 하게되면 죄송하고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본사에서는 손님에게 모닝밴 보다 모닝을 승용으로 쓰면 안되냐고 상담을 유도하라고 합니다.”

국내에서 편법이 기승하면서 모닝밴이 병행 수출되다 보니 무역법상 현지 법인이 타격을 받고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국내 굴지의 자동차그룹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경차부문 효자 상품인 ‘모닝 시리즈’ 모닝밴의 일탈행위가 소비자들을 골탕 먹이는 한편 현대기아자동차그룹 브랜드 이미지를 추락시키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데일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