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송협 편집국장]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무궁화 삼천리~~"(이하 생략)

지난 12일 치러진 제3차 민중총궐기대회가 열린 서울 광화문 광장은 작은 촛불 하나하나가 모여 거대한 불야성을 방불케 했습니다.

어린아이 손을 잡고 거리로 나온 가족들, 교복을 곱게 차려입고 나온 중 고등학생들, 직장 동료 혹은 친구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참가한 시민들이 무려 10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부산에서, 광주에서, 대전에서, 수원에서, 춘천에서,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의 절대적인 지지기반인 대구에서 상경한 전국단위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은 하야하라”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대한민국 건국이래 최대 규모인 100만명이 손에 촛불을 들어 밝힌 광화문 광장에서 누군가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이라며 애국가를 선창하자 시민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로 화답하듯 합창을 이어갑니다.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광화문 광장을 가득채운 100만개의 촛불이 이글거리며 울려퍼진 대한민국의 국가 ‘애국가’입니다.

다양한 연령층의 목소리가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부르고 있는 이 애국가는 광화문광장 중앙에 우뚝 서있는 이순신장군 동상을 지나 경복궁 넘어 청와대를 향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들어보는 애국가, 하지만 이날의 애국가는 여느 날의 애국가 보다 사뭇 달라 보입니다. 부정과 부패로 찌들고 거짓과 기만으로 일관하면서 국정을 농단한 무능정권에 대한 항변이며 민주주의를 퇴보시킨 나쁜 대통령을 향한 날카로운 비수였습니다.

지난 1960년 부정선거를 통해 권력을 유지하려 했던 이승만 정권을 붕괴시키는 기폭제가 된 4.19혁명과 5.18광주민중항쟁, 그리고 군부독재의 종식과 더불어 민주주의의 신호탄이 됐던 1987년 6.10항쟁 당시 거대한 태극기를 흔들며 거리 한복판에서 부르짖던 ‘애국가’처럼 말입니다.

국민을 개·돼지로 치부하는 오만방자한 정권, 그 정권에 기생하며 국민들의 혈세로 부를 축적하고 있는 간신들을 겨냥한 100만 시민들의 함성을 듣다보니 문득 노무현 대통령이 떠올랐습니다.

“역사는 진보한다. 이것이 곧 나의 신념이다” 지난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독일 유력 언론인 FAZ(프랑크푸르트알게마이네차이퉁)의 ‘권력자의 말’이라는 책에 제공한 기고문 내용의 한 대목입니다.

역사는 분명 진보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 역사의 진보에는 이에 따른 대가도 치르게 됩니다. 정치적 대립과 국민 간 갈등, 패권주의와 지배와 저항, 크고 작은 상처들이 반복되면서 역사는 진보하는 것입니다.

조금 더 표현을 덧붙인다면 역사의 진보는 가만히 지켜보며 관망한다고 해서 저절로 진보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부딪치고 싸우고 권력이 존엄과 자유, 그리고 평등을 찬탈하거나 찬탈하려 할 때 투쟁한다면 역사의 진보는 지속될 것입니다.

국민을 배신한 무능과 부패 정권에 울분을 토해내 듯 합창하고 나선 100만개 촛불의 ‘애국가’ 이 소름 돋는 장면에서 역사의 진보는 투쟁 속에서 비롯된다고 역설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가슴 속에서 살아 꿈틀대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는 듯 했습니다.

이 한심스런 정권을 경험하면서 유독 떠오르는 이름 노무현 대통령이 역설한 “역사는 진보한다. 이것이 곧 나의 신념이다”를 바꾸어 표현하겠습니다. “역사는 진보한다. 진보된 역사를 만드는 것은 깨어있는 국민의 신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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