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째 4억원, 이젠 안오는게 이상할 상황


-오른손이 하는 일 왼손도 모르게 하는 참된 의미 선행






▲?전북 전주시 노송동의 얼굴없는 천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와 5030만여원을 기부했다.


전북 전주 노송동 주민센터의 ‘얼굴없는 천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따뜻한 마음을 전하러 왔다. 5000만3490원. 벌써 15년째 계속되고 있는 선행이다. 그동안 기부액은 거의 4억원에 이른다.



얼굴없는 천사는 주민센터 안이나 근처에 돈이 든 상자를 놓아두고 전화로 알린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전화를 받은 직원은 주민등록 담당 임나경(25)씨. 29일 오후 3시40분께였다. 예의 중년 남성의 목소리였다.



"세탁소 옆으로 나가보세요. 차량 뒤에 박스를 놓았으니 불우이웃을 위해 써주세요. 사람들이 지나다니니 빨리 가세요".



세탁소는 주민센터 입구 앞에 있다. 주민센터 밖이라서 그런지 중년의 얼굴없는 천사는 직원을 재촉했다.



종이상자 안엔 황금색 돼지저금통, 고무줄로 묶은 5만원짜리 현금다발이 들어있었다. ‘소년소녀 가장 여러분 힘내시고 새해 복 많이 많으세요"라 쓰인 메모도 있었다.



돈은 5만원권 100장짜리 10다발과 동전을 합쳐 모두 5030만4390원이었다. 2년전인 지난 2012년의 5030만4600원(5만원권 100장짜리 10다발과 동전)과 거의 똑같은 액수다.



그의 선행은 지난 2000년 4월 초등학생을 시켜 ‘어른 심부름'이라며 58만4000원이 든 돼지저금통을 민원대에 놓고 간 것을 시작으로 15년째 이어지고 있다.



매년 말이면 돈이 든 쇼핑백이나 종이상자를 공중전화 박스나 화단 등에 놓아두고 언제나처럼 전화로 돈이 있는 곳을 알렸다. 그렇게 해서 기부한 돈이 올해로 3억9730만1750원에 이른다.



상자 안에는 늘 메모가 함께 들어있다. 지난 2009년 메모에는 "대한민국 모든 어머님이 그러셨듯이 저희 어머님께서도 안 쓰시고 아끼시며 모으신 돈이랍니다. 어머님의 유지를 받들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였으면 합니다. (추신) 하늘에 계신 어머님께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라고 전하고 싶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이젠 얼굴없는 기부천사가 안 나타나면 이상할 상황이 됐다. 한때 그가 누구인지를 알아내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주민센터 주변 CCTV를 확인해보면 될 법도 했다. 지역 기자들은 현금다발의 띠지를 근거로 그를 찾아나서기도 했다.



전주시 등은 그를 찾기위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이제는 포기했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그의 뜻을 존중해서였다. 대신 지난 2011년 주민센터 앞 길 이름을 ‘얼굴없는 천사'로 바꾸고 표지석을 세웠다. 그의 선행을 기리기 위해서였다.



표지석에는 ‘얼굴없는 천사여, 당신은 어둠 속의 촛불처럼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만드는 참사람입니다. 사랑합니다'라고 새겨져있다.



남을 도울 때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도 모르게 하라는 말이 있다. 선행을 하면서 자랑하지 말라는 뜻이다. 15년째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그는 참된 의미의 선행을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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