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오현경 기자]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 대형 영화관에서 허리우드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가 이달 말 개봉될 예정이다.

지난 2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포스트에 따르면 동성(同性)간의 연애 행위를 종교적 차원에서 금지하고 있는 말레이시아에서 검열 대상인 게이(Gay) 장면이 편집되지 않고 상영된다고 밝혔다.

디즈니 영화사의 애니메이션을 개작해 제작한 이번 영화는 당초 지난 16일 개봉될 예정이었지만 말레이시아 영화 검열 위원회가 영화 속 게이 장면을 문제삼자 배급사인 디즈니 픽처스가 배급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말레이시아 영화 검열 위원회는 영화장면에서 동성애를 옹호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됐기 때문에 ‘게이’ 이슈와 관련 사소한 장면들을 삭제한 뒤 영화 상영을 승인한 바 있다.

하지만 영화 속 게이 장면을 편집할 경우 배포를 중단하겠다며 맞선 디즈니사의 완강한 입장에 영화 검열 위원회는 문제의 장면을 검토한 후 상영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실제 편집 없이 영화가 상영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검열 위원회 소속 공무원은 “당초 심사회에서 동성애 장면이 삭제돼야 한다는 입장의 위원회가 빠지고 온건적인 위원회로 구성됐다”고 귀띔했다.

反동성 국가로 유명한 말레이시아는 극도로 동성애 성향의 영화를 반대하고 있으며 러시아의 경우는 보호자의 동반 없이 만 16세 미만 청소년은 ‘동성애’가 삽입된 영화를 관람할 수 없도록 영화 관람 등급이 정해졌다.

지난 2010년 말레이시아 검열관은 영화에서 과도한 성적 장면과 종교적인 내용 등 수십가지를 완화했지만 여전히 노출이 심한 수영복과 키스 장면 등은 엄격하게 검열되고 있다.

다만 개정된 법은 게이로 등장한 인물들이 성 정체성에 대해 후회하거나 동성애를 부정적인 시각에서 연출될 경우 제한적으로 이를 허가하고 있다.

한편 영화 ‘미녀와 야수’의 감독 빌 콘돈(Bill Condon)은 등장 인물 중 악당 개스통의 조수 역할을 하고 있는 하인 레포우가 그의 성 정체성에 대해 혼란스러워 하는 장면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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