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경희대병원 최천웅 교수 “금연과 조기발견…예방이 중요”

[데일리포스트=송협 기자] 40대 직장인 김OO씨, 연휴를 맞아 가족과 함께 저녁 산책에 나섰다가 식은땀을 흘리며 거칠게 숨을 내뿜었다. 겨우 2층 정도 계단을 올랐을 뿐인데 숨이 차오르면서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공포감이 밀려왔기 때문이다.

김씨의 이 같은 증상은 사실 처음이 아니다. 어느 날 부터인가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운동을 할 때면 어김없이 숨이 격하게 차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어 불안스런 마음에 운동도 포기한 상태다.

동네 2차 병원을 찾은 김씨, 정밀 검사에 나선 김씨에게 의사는 ‘만성폐쇄성폐질환’이라는 진단명을 전한다. 아무래도 원인은 지나친 흡연인 것 같다는 의사의 말에 김씨는 할말을 잃었다.

<사진=최천웅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 내과 교수>

김씨의 사례와 같이 최근 만성폐쇄성폐질환과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부쩍 증가하고 있다. 만성폐쇄성폐질환(COPD)는 증상이 심각해질 때까지 특별한 증상이 느낄 수 없어 이른바 ‘소리 없는 살인자’로 알려지고 있다.

이 질환은 전 세계적으로 사망률이 높은 질환이며, 의학계에서는 국내 40세 이상 성인의 약 14%가 앓고 있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은 담배연기와 유독물질, 공해 등의 흡입 때문에 기관지가 좁아져 호흡이 어려워지는 호흡기질환으로 환자의 90% 이상이 흡연과 관련된 만큼 흡연이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다.

이 질환은 폐 기능의 50% 이상 손상이 되기 전까지 기침이나 가래 등 경미한 호흡곤란을 겪다가 중증으로 심화되면 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숨이 차고 촛불도 끄기 어려울 만큼 호흡량이 감소된다. 이 증상이 더욱 심해지면 합병증이 동반되면서 최악의 경우 사망까지 이어질 수 있다.

물론 기관지확장제와 같은 기본 약물치료기가 있지만 근본적인 치료는 어렵기 때문에 병이 심하기 전에 예방조치가 무엇보다 요구된다.

특히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들의 경우 독감이나 폐렴과 같은 감염질환에 노출되면 급성악화와 같은 합병증도 우려되는 만큼 독감과 폐렴구균과 같은 예방접종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최천웅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한번 손상된 폐 기능은 회복이 어렵지만 금연을 하면 증상은 호전 될 뿐 아니라 폐 기능이 나빠지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면서 “조기 발견과 예방조치를 통해 악화되지 않도록 치료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은 그 증상만으로 천식이나 폐암, 심부전증 등 기타 호흡기질환과 구별하기가 어렵다는게 최 교수의 전언이다.

일반적으로 천식은 기관지의 알레르기 염증반응에 따른 알레르기 질환이지만 폐쇄성폐질환은 기관지와 폐 자체가 손상되면서 회복될 수 없는 기도 폐색으로 폐기능이 조금씩 조하되는 증상을 말한다.

무엇보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은 이른 아침 기침을 심하게 하고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는 반면 천식은 주로 밤이나 증상을 유발하는 원인물질에 의해 발생한다. 또 천식은 젊은 나이에 증상을 보이는 반면 만성폐쇄성 폐질환은 흡연을 오래한 중년기에 발생한다.

최 교수는 “기침과 가래, 재채기 등 감기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면 기관지염이나 폐렴 등 2차 세균 감염이 의심돼 반드시 전문의의 진료가 요구된다.”면서 “특히 기관지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 등 만성 호흡기 환자는 급성악화로 진행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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