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글로벌 자동차 기업 도요타가 최근 ‘자동차’를 넘어 ‘로봇’ 시장에 주력하며 관련 기술 개발에 총력을 쏟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AI와 통신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자율주행, 카쉐어링(자동차공유), 커넥티드카 등 급속한 변화의 물결을 맞이하고 있다. 도요타는 다양한 벤처와의 협업을 통해 구글, 테슬라 등 타사의 자율주행 기술에 맞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자동차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신규 사업의 초석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 ‘로봇’ 기술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년 후 일본 인구의 40%가 65세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고령자의 생활 지원이나 노동력을 대체할 수 있는 로봇 기술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 아바타 로봇 ‘T-HR3' 선보여

도요타는 지난 21일 원격조작으로 아바타처럼 움직이는 제3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T-HR3’를 발표했다. 로봇이 보는 화면을 똑같이 볼 수 있는 헤드마운트를 착용하고 ‘마스터 조종시스템(Master Maneuvering System)’에 탑승해 로봇을 원격 제어하는 방식이다.

T-HR3의 외관은 전체적으로 흰색 패널이며 조종사의 아바타처럼 조작에 따라 원격지에서 걷거나 물건을 쥐는 등 다양한 동작을 따라한다.



핵심기술은 토크 서보모듈(Torque Servo Module)이다. 일본전산코팔전자와 개발한 토크 센서, 모터, 감속기로 구성돼 있다. T-HR3의 관절 29곳과 마스터 조종 시스템 16곳에 장착돼 로봇 관절을 유연하게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도요타 측은 이를 통해 유연한 동작을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 밖에 주위 장애물에 부딪쳐 균형을 잃어도 빠르게 자세를 잡을 수 있는 ‘전신협조 균형제어 기능’과 조종사와의 접촉을 피하고 안전한 조작 공간을 확보하는 ‘자기 간섭 회피기능’ 등이 탑재됐다.

도요타는 이 로봇이 가정과 의료 시설 등에서 사용되길 기대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건설 현장, 재해 지역, 우주 같은 위험한 장소에서 활용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29일~12월 2일까지 도쿄에서 열리는 국제로봇전시회에 이 로봇을 출품할 예정이다.

◆ AI 벤처캐피털 출범..미래기술에 총력

도요타는 로봇 뿐 아니라 인공지능과 같은 미래 기술 개발 전반으로 시야를 넓히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실리콘밸리의 AI 자회사를 통해 벤처캐피털(VC)인 ‘도요타 AI 벤처스’를 설립했다. 초기 출자금은 1억 달러이며 로봇 이외에도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클라우드 기술 등 4개 분야에서 혁신적 연구를 수행할 기업을 발굴해 나갈 예정이다.

2016년 설립한 도요타의 AI·로봇공학 연구개발 조직인 도요타 연구소(TRI)가 이 벤처캐피털을 운영한다. TRI는 3월에 1500명 규모의 인력이 머물 수 있는 사무실로 이전했다. TRI는 자금 지원 뿐 아니라 인적 자원 교류 및 시설 등의 지원도 함께 해 나가기로 했다.



도요타는 TRI에 로봇과 AI 연구 전문가인 길 프랫을 최고경영자로 임명해 AI와 로봇공학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TRI는 설립이후 5년간 1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1억 달러의 밴처캐피털 설립도 그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도요타 AI 벤처스의 1차 투자처 중에는 이스라엘 스타트업인 ‘인튜이션 로보틱스(Intuition Robotics)’가 포함됐다. 이 회사는 노인들을 위한 동반자 로봇 ‘엘리큐(ElliQ)’를 개발한 업체다. 엘리큐는 노인들이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지 않도록 대화하고 약 복용 등의 활동을 돕도록 개발됐다.

◆ NTT와 손잡고 생활지원 ‘돌봄’ 로봇 공동 연구

로봇 분야 공동연구를 위해 일본 최대 통신업체 NTT와도 손잡았다. 양사는 지난 9월부터 생활지원 로봇 보급을 위한 공동연구에 돌입했으며 NTT 그룹의 자체 인공지능(AI) 기술인 ‘코레보(corevo)’와 토요타가 개발중인 생활지원 로봇(Human Support Robot, HSR)을 활용해 다양한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파트너 로봇을 보급해 나갈 방침이다.

NTT는 로봇과의 자연어 대화 기술을 비롯해 로봇 이외의 각종 장치를 연계해 사람과 로봇의 비언어적 상호작용을 고도화하는 AI 기술인 코레보를 제공한다. 또 다양한 상황에서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로봇 활용을 위한 기술적 과제를 검증해 나갈 예정이다.



도요타는 ▲떨어진 물건을 줍고 ▲손이 닿지 않는 물건을 가져오고 ▲가족 및 간병인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등 3가지 기본 기능을 탑재한 생활지원 로봇 관련 노하우 외에 기술 검증에 필요한 실험 현장을 제공한다. 생활지원 로봇 활용 범위의 확대를 위한 유효성 검증도 병행한다.

◆ 소형로봇 ‘키로보 미니’ 출시

도요타는 올해 5월부터 일부 차량 판매점에서 선행 판매해 온 소형 로봇 '키로보 미니(KIROBO mini)'를 11월 22일 정식 출시했다.

외로운 사람들을 위한 친구 개념의 로봇인 키로보 미니는 지난 2013년 우주정거장으로 발사돼 지구와 첫 교신에 성공한 최초의 로봇 우주비행사 '키로보'의 미니 버전이다. 키 10㎝의 손바닥 사이즈이며 체중도 183g으로 크기도 무게도 매우 컴팩트한 로봇이다.

카메라와 마이크가 탑재됐으며 사람의 감정에 반응하고 아이처럼 짧은 구절을 말할 수 있는 대화형 로봇이다. 대화를 즐기기 위해서는 스마트폰 전용앱을 설치하고 블루투스로 키로보미니와 연결시켜야 한다.



개발 책임자인 카타오카 후미노리(片岡史憲)씨는 "그동안 실용적인 자동차를 만들어 온 도요타가 이번에는 감정적인 부분에 가치를 뒀다"고 개발 이유를 설명했다.

사실 키로보 미니는 엉덩이 평평하지 않고 약간 둥글게 튀어 나와 있어 앉아 있을 때 다소 불안정하다. 도요타 측은 이런 키로보 미니의 귀여운 움직임, 혹은 허점이 사람들에게 어떤 감정적인 연결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설명한다.

올해로 창업 80년을 맞은 도요타는 폭스바겐·제네럴모터스와 함께 세계 3대 자동차 제조사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자동차’ 그 이상의 기술 혁신으로 미래에 대비하고 있다. 도요타는 고령화와 출산율 저하, 이민자 감소 등으로 균열이 생기고 있는 일본 경제의 중요한 부분을 ‘로봇 산업’이 담당할 것으로 기대하고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목전의 이익 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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