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커넥티드카와 자율주행차, 친환경차, 자동차 ‘소유’에 대한 개념 변화 등으로 최근 자동차 업계는 미래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스타트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 자동차 시장 지배할 ‘4차 혁명’…스타트업으로 돌파구 모색

스웨덴을 대표하는 자동차브랜드 볼보는 스타트업 투자를 위해 최근 벤처 캐피탈 (VC) ‘Volvo Cars Tech Fund’ 설립을 발표했다.

자동차 업계의 새로운 기술을 선점하고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자사 연구 개발팀에 모든 것을 맡기거나 공급업체 부품을 조달하는 대신 적극적으로 새로운 아이디어에 투자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볼보가 처음은 아니다. 제너럴 모터스(GM)가 파산에서 ‘부활’을 이뤄낸 1년 후인 2010년 ‘GM Ventures’라는 밴처 캐피탈을 설립했다. 2011년 BMW도 ‘iVentures’를 설립하고 2016년 본부를 뮌헨에서 실리콘 밸리로 이전시켰다. 향후 10년간 5.3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일본 도요타 역시 지난해 ‘도요타 AI 벤처스’를 설립했다. 르노, 닛산, 미쓰비시 등 3개사가 올해 공동으로 ‘얼라이언스 벤처스’ 설립을 발표하고 2023년까지 1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BMW와 도요타 VC 부문은 공동으로 미국 미시간 주 앤아버에 위치한 자율주행 셔틀 버스 스타트업 ‘메이 모빌리티(May Mobility)’에 투자했다. 양사는 메이 모빌리티 자율 셔틀버스 제조와 운영에 공동 참여해 경험을 축적해 나갈 계획이며 자사가 추진 중인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개발에도 일부 활용할 방침이다.

GM Ventures는 올해 들어 주문형 차량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에 투자했고 도요타는 메이 모빌리티 이외에도 실리콘밸리의 항공 스타트업 ‘조비에비에이션(Joby Aviation) 투자를 발표했다.

◆ 자동차업체스타트업 ‘합종연횡‘ 확산…후발주자 볼보의 승산은?

볼보는 구체적인 투자액을 밝히지 않았지만 향후 투자 방향은 밝혔다. ▲자사 제조 공정을 개선하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인공지능(AI) ▲머신러닝 ▲데이터 과학 분야 ▲카쉐어링 구조를 단순화할 마이크로 트랜잭션 등이다. 즉 자동차 설계 및 조립, 판매, 사용 방법 변화와 관련된 모든 분야에 투자하겠다는 의지다.

관전 포인트는 볼보의 새로운 VC가 재능 있는 스타트업에 “어떻게 ‘청혼’할 것인가”이다. 자금력을 매력으로 내세운 자동차회사는 넘쳐나 구혼자가 수십 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볼보는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는 수모를 겪었다. 특히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경영난에 시달리다 2010년 약 18억달러에 중국 지리자동차에 매각했다. 당시 “뱀이 코끼리를 삼켰다”(蛇呑象)는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지리는 볼보 인수 후 회생과 R&D 등에 4년간 100억달러 이상을 투입하는 한편 볼보의 기존 라인업을 대거 신차로 교체하는 등 혁신에 주력했다. 볼보는 여전히 디자인과 안전성에서 호평을 받고 있지만 연간 생산 대수는 약 50만대로 폭스바겐과 도요타 같은 거대 자동차기업에 비해 상당히 적은 편이다. 하지만 포드에서 볼보를 인수한 지리가 세계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발돋움한 ‘중국’이라는 기회의 장을 제공할 것이다. 이는 볼보의 큰 차별화 요인이자 어쩌면 이것이 볼보의 생존을 지탱하는 요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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