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파나소닉, 2020년 합작사 설립

[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전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기업 중 하나는 일본의 대표적 자동차 브랜드 토요타다.

다양한 벤처와의 협업을 통해 구글, 테슬라 등 타사의 자율주행 기술에 맞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자동차에 국한되지 않고 로봇과 같은 첨단 기술 초석 마련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토요타는 지난 2016년에서야 2020년까지 전기자동차(EV) 양산체계를 갖추고 본격적인 전기차 시장에 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벤츠, BMW, 아우디 등 유럽의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수년전부터 전기차 개발에 매진해온 반면 토요타는 전기차가 아닌 수소차를 경쟁력 있는 미래차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현시점에서 수소차는 안정성과 충전 인프라 구축비용, 비싼 가격 등으로 개발 경쟁에서 전기차보다 뒤처진 상황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주목할 만한 뉴스가 나왔다. 토요타와 파나소닉이 2020년 전기자동차(EV) 배터리 개발을 위한 합작회사를 설립한다는 내용이다.

세계 1~2위 자동차 제조사와 전기자동차(EV)용 배터리 회사가 합작사를 설립한다는 점에서 전세계 자동차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합작회사 출자비율은 토요타 51%, 파나소닉이 49%로 최종 조정에 들어갔으며 이번 주 내로 발표할 예정이다.

파나소닉은 일본과 미국, 중국에 배터리 공장을 가지고 있다. 테슬라용 공장을 제외한 일본 효고현과 중국 대련에 있는 5곳의 배터리 생산설비를 새 합작회사 산하로 이관할 계획이다. 2020년 하이브리드카(HV) 배터리의 약 50배 용량을 가진 EV용 배터리 양산을 본격화한다.

토요타 자회사로 일본 경차 제조사인 다이하쓰공업, EV 기반기술 제휴업체인 마쯔다와 스바루 등에도 배터리를 공급할 방침이다.

파나소닉은 HV 배터리를 공급하는 혼다 등에도 배터리 채택을 요청해 나갈 계획이다. 이는 생산규모 확대를 통해 비용을 낮추기 위해서다.

향후 거액의 투자와 기술력이 요구되는 차세대 배터리도 공동 개발한다. 대용량인데다 안전성이 높아 차세대 전지로 각광받고 있는 '전고체전지' 개발도 진행해, 비용·기술 측면에서 세계적인 경쟁력 확보하는 체제 구축도 서두를 전망이다.

한국·중국 배터리 업체의 맹추격 따돌릴 수 있을까?

차량용 배터리는 전기차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기술로, 비용 및 규모 면에서 중국과 한국이 최근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일본의 대표적 자동차 제조업체 혼다와 배터리 제조업체 파나소닉의 제휴는 세계적인 기술 혁신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토요타는 HV 중심의 연비경쟁에서는 우위에 서 왔지만, EV에서는 독일 폭스바겐(VW)이나 중국 제조사에 비해 상용화에서 뒤쳐진 상태다.

토요타는 2030년 HV를 포함한 전동차 판매를 현행 3배 이상인 550만대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대용량 배터리 생산비용 절감과 안전성 확보가 최대 과제인 만큼 파나소닉과의 제휴로 이를 극복하겠다는 의도다.

파나소닉 입장에서도 토요타와 협업을 통해 투자 부담을 분산하는 동시에 공급처를 확대한다는 장점이 있다. 또 배터리 재사용 및 희소금속(레어 메탈) 등의 확보도 쉬워질 전망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박사는 "한국과 중국의 유력 배터리 업체를 견제하는 한편 배터리 비용 대폭 절감을 통해 전기차 대중화를 이루기 위한 일본 기업 간의 동맹"이라고 언급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전 세계 EV 시장은 2030년경 현재의 8배 규모인 900만대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중국은 가솔린차 시장에서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정부 주도로 EV 이행을 서두르고 있는 상태로 배터리 분야에서는 지난 2017년 중국 CATL이 파나소닉을 누르고 세계 1위에 올랐다.

EV 배터리 시장을 둘러싼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지고 있다. 독일 폭스바겐은 2025년까지 500억 유로(한화 약 67조원)를 투자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이미 중국과 한국 배터리 제조사와 계약을 체결, 자체적으로 배터리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토요타도 중국 대형제조사를 통한 조달을 검토하고 있다.

자동차 기술 경쟁은 자율주행 상용화와 같은 큰 변혁기를 맞이했다. 업종과 국경을 뛰어넘은 제휴와 경쟁구도는 앞으로도 한층 선명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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