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본질을 벗어난 실효성 없는 미봉책”

[데일리포스트=신다혜 기자] "인공강우도 실패한 정부가 야외용 공기청정기를 미세먼지 차단을 위한 특단의 조치라고 내놨는데 실효성부터 의심됩니다. 그저 들끓는 여론을 재우기 위한 미봉책 아닐까요?" (서울환경연압 이민호 활동가)

경칩과 함께 찾아온 3월 봄. 따뜻한 날씨가 무색하게 지난 일주일간 국민들은 미세먼지로 몸살을 앓았다. 이에 따라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들고 나섰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가장 먼저 정부가 현재 실시하고 있는 인공강우는 기술력과 기상조건을 감안할 때 먼지 저감효과가 미흡하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하다.

현재 기술만으로 극심한 미세머지를 씻어낼 만큼 많은 비를 강제적으로 만들어 낸다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내 기상 조건은 고기압 영향권에 있기 때문에 인공강우를 만들어내기에 부적합하다는데 지배적이다.

실제로 지난 1월 기상청과 환경부가 실시한 실험 역시 만족스런 결과를 얻어내지 못했다. 이는 국내 뿐 아니라 인공강우 실험을 실시했던 다수의 국가에서도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정부는 미세먼지 발원의 본질은 외면한 채 사후조치에만 총력을 다하는 뒷북 정책만 펼치고 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지난 7일 연내 서해 상공에서 중국과 공동으로 인공강우 실험을 하고 양국이 고농도 미세머지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한·중 미세먼지 저감 협력? 책임론 갈등 해소가 우선

조 장관은 앞서 브리핑을 통해 "중국의 앞선 인공강우 기술을 이용해 해상이나 연안에서 인공강우 실험을 하면 미세먼지 저감 가능성을 도출할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를 위해 우선 공공기관 차량 사용을 전면 제한하고 배출가스 4등급 차량 등을 통제하는 방안과 현행 5등릅 차량 운행 제한을 더욱 강화한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의 한중간 미세먼지 대책을 위한 협력안을 제시하고 나섰지만 양국간 상활을 볼 때 협상이 제대로 이뤄질지 확신하기 어렵다. 중국 대기오염 물질이 한국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양국 간 이견이 팽팽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7일 "미세먼지에 중국발 원인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직설적으로 표현한 바 있다.

강 장관의 발언을 두고 중국 외교부 루캉 대변인은“서울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147㎍/㎥를 넘었지만 최근 이틀간 베이징에는 미세먼지가 없었던 것 같다.”며 중국 책임론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선만큼 양국의 미세먼지 대책을 위한 협력 청사진은 그리 녹록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중국은 100만 메가와트에 가까운 석탄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게다가 앞으로 2~3년 내 미세먼지의 주 발생원인 석탄발전소를 추가로 건립할 계획이다.

국제 환경연구단체인 콜스웜은 중국이 464기에 달하는 석탄발전소를 추가로 지을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가동 중인 78기의 석탄발전소의 여섯 배에 달하는 규모다.

실효성 없는 야외용 공기정화기 설치? 중국과 담판부터 짓자

미세먼지 저감효과를 위해 환경부에서 발표한 방안 중 하나가 바로 야외용 공기 정화기를 설치하자는 것이다. 서울을 비롯한 도심 옥상에 대형 공기 정화기를 설치하면 미세먼지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게 이번 발표의 일환이다.

야외용 공기정화기 설치를 위해 소요되는 비용은 정화기 1대에 1억원에서 2억원으로 추정되며 환경부는 추가경정 예산을 통해 오는 5월부터 시작해 새로운 공기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을 놓고 여론의 반응은 차갑다. 우선 정부가 미세먼지 저감 대책으로 내놓은 야외용 공기정화기 설치의 경우 과거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강하게 비난했던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후보의 공약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19대 대통령 선거 당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한국형 공기청정기 '스모그 프리타워' 설치를 환경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문재인 후보는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 당시 대국민 사기극에 사용한 로봇물고기와 다름없다."며 실효성 여부를 지적한 바 있다.

인천 계양구에서 거주하고 있는 직장인 A씨는 "안철수 후보가 제시한 환경 공약은 거세게 비난해놓고 안 후보의 정책을 미세먼지 대안으로 내놓고 있는 이번 정부의 미세먼지 저감 정책은 무책임하다."면서 "공기정화기 설치가 아닌 대형 선풍기를 중국쪽으로 겨냥해 되돌려 보내는 것은 어떠냐?"고 비꼬았다.

서울환경연합의 이민호 활동가는 “미세먼지의 주 요인인 자동차 및 화력발전소와 같은 산업에 정책, 제재를 가하는 게 맞다”“또한 중국과 외교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 먼저지 주 원인을 알고 있음에도 사후대책에만 골몰하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가 추진하는 야외용 공기정화기는 이미 중국과 네덜란드에서도 발표한 바 있다. 실제로 중국에서 선보인 공기정화기도 1시간에 공기 3만㎥를 정화한다고 홍보했지만 실제 저감 효과는 미미했다.

반면 네덜란드 기업 엔비니티는 지난 2016년 스모그 프리 프로젝트(Smog Free Project)의 일환으로 공기청정타워를 선보여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네덜란드 현지 언론 등은 “앤비니트 그룹이 개발한 공기정화기는 1시간에 공기 80만㎥를 처리해 미세먼지 입자 100%, 초미세먼지 입자 95%를 걸러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엔비니티 그룹의 헹크 부르선 대변인은 "항공기와 차량 배기가스에서 나오는 초미세먼지가 특히 뇌세포를 포함한 신경계에 피해를 준다"며 "정부 및 기업, 공항 등에서 이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