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지자기(geomagnetics)란 지구 표면 및 그 주위 공간에 만들어지는 자기장으로 남극이 N극, 북극이 S극에 해당한다.

철새와 바다거북 등 일부 동물은 이러한 지자기를 감지해 위치나 방향을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동안 인간이 자기장을 감지할 수 있는지의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연구팀이 “뇌파를 관찰하면서 자기장을 변화시키는 실험을 통해 인간이 자기장을 감지할 수 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며 오랜 시간 견해가 분분했던 의문에 답을 내놓았다.

연구팀은 오랫동안 인간의 자기장 감지에 대한 확실한 연구 결과가 없었던 이유가 '일상적인 인간의 감각'에 의존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그간의 방식과는 다른 신경과학적 증거를 발견하기 위해 노력했다.



연구팀은 성인 34명을 대상으로 외부 정전계(靜電界)의 영향을 차단하는 ‘패러데이 케이지(Faraday Cage)’에 앉아 눈을 감도록 하고 뇌파를 관찰했다. 패러데이 케이지는 와이어에 전류를 통과시켜 제어된 자기장을 발생시킬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연구팀은 케이지내의 자기장을 조절할 수 있다. 특수한 자기장을 발생시키지 않은 상태에서는 실험이 이루어진 북위 60도 위치와 동일한 자기장이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일상 생활에서 머리를 돌리면 뇌에 대한 자기장 방향이 상대적으로 변한다. 우선 연구팀은 깜깜한 케이지 내에 있는 사람에게 머리를 천천히 돌리도록 지시했다. 이 결과 상대적인 자기장 방향이 변화했음에도 불구하고 뇌파에는 변화가 없었다.

다음으로 피험자가 케이지에 앉아 있는 상태 그대로 자기장만을 변화시켰다. 34명의 피험자 모두 자기장 변화에 특별히 어떤 것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뇌의 알파파를 관찰한 결과 이 가운데 4명이 자기장의 변화에 알파파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 알파파는 강한 감각자극을 받았을 때 감소한다. 이번 실험에서 관찰된 알파파도 강력한 외부 자극을 받았을 때의 감소 패턴과 일치했다.

알파파가 감소하는 것은 수직방향 자기장이 북위 60도(실험장소)의 자연스러운 자기장과 일치하는 경우로 한정됐으며 부자연스러운 방향의 자기장 변화에는 반응이 없었다. 이는 인간의 자기장 감지 시스템은 자연 환경에 적합하도록 만들어졌다는 의미다.



자기장을 감지하는 다른 동물도 ‘부자연스러운 자기장의 변화'는 필터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령 유럽 울새는 낙뢰와 같은 자연현상 등으로 평소보다 25% 이상 자기장이 강해지면 방향 탐색에 이를 활용하지 않는다.

한편 연구팀은 실험에 참여한 34명 가운데 4명만 자기장 감지 능력이 나타난 것에 대해서 “충분히 예상했던 결과”라고 말한다. 모든 사람이 예술과 수학에 뛰어난 것이 아니듯 자기장 감지 능력도 개인차가 존재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 연구팀의 코니 왕(Connie Wang)은 “인간의 자기장 감지 능력은 과거 진화한 능력의 흔적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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