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정태섭 기자] 지난 3월 21일 미국의 대형 제약사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상용화를 목표로 공동 개발해온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두카누맙(aducanumab)'의 임상시험을 중단한다고 발표해 파장이 일고 있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이번 결정은 독립기관인 임상시험 자료 모니터링위원회가 주요 평가 항목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평가를 내린 데 따른 것이다. 아두카누맙은 초기 임상의 고무적인 결과로 업계의 주목을 받으며 임상 3상을 진행해 왔다. 신약물질은 임상 3상 성공을 입증해야 시판허가로 이어진다. 다만 양사는 시험 중단이 안전성 문제와는 관련이 없다고 덧붙였다.

알츠하이머는 현재 질병의 진행 자체를 억제하는 근본 치료제는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그간 아두카누맙은 알츠하이머의 제1호 치료제가 될 것이라며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아 왔다. 실제로 권위 있는 전문지 네이처(Nature)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데이터가 보고되기도 했다. 

알츠하이머는 신경독성 물질인 ‘아밀로이드베타(Aβ)’ 단백질의 비정상적인 축적으로 신경이 손상돼 뇌의 기능이 쇠퇴하면서 비롯되는 퇴행성 뇌질환으로 알려져 있다.(아밀로이드베타 가설)

2016년 네이처에 보고된 연구에 따르면 아두카누맙을 사용하면 뇌에 축적된 아밀로이드베타가 감소하며, 약물 양을 늘릴수록 감소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 투여 받은 사람 가운데 알츠하이머 증상(인지 테스트 점수 저하 등)의 진행이 억제된 사례도 나타났다.

이에 바이오젠 사는 치료제 승인을 목표로 효과 검증을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해 왔으나, 의외로 ‘충분한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데이터 결과에 시험 중지를 결정했다. 이번 결정으로 2상 안전성시험(EVOLVE시험)과 1b상 시험(PRIME시험) 장기 지속투여시험도 중지된다.

바이오젠 사는 "(이번 결정은) 알츠하이머 치료 및 뇌 과학 연구에 있어 실망스러운 소식"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5년간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 시도는 예외 없이 실패로 끝났다. 일라이 릴리, 화이자, 머그, 존슨앤존슨, 로슈 등 많은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약을 개발하고 동물시험과 소규모 테스트를 진행했지만 실패했다. ‘이번에야말로’라며 도전한 임상시험에서도 연이어 효과가 없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아두카누맙 시험 중단 역시 ‘또 하나의 실패’가 추가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기대가 높았던 만큼 제약 업계가 느끼는 충격과 파장은 매우 큰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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