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신다혜 기자] 찰스 다윈이 ‘인간도 결국 모든 생물들과 근본적으로 한 가족이다’라는 진화론을 주장한 이후 인류는 다윈주의 또는 자연선택설과 같은 다양한 패러다임들을 접해 왔다. 이 이론이 생명과학계에 끼친 영향은 지대했으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2013년 영국의 정치평론지 ‘프로스펙트’지가 진행한 ‘세계 최고의 지성’ 1위에 오른 바 있는 리처드 도킨스는 1970년대 당시 촉망받던 젊은 과학자다.

그가 저술한 ‘이기적 유전자’는 1976년, 처음 출간하자마자 과학계와 일반 대중들에게 폭발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철저한 다윈주의 진화론과 자연선택을 기본 개념으로 하되, 유전자 단위로 끌어내려 진화를 설명한다.

간결한 문체와 생생한 비유, 논리적인 전개를 갖춘 글로 과학계에 다윈 못지않은 파급을 일으켰으며 그 여파는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도킨스는 본인의 동물행동학 연구를 진화의 역사에서 유전자가 차지하는 중심적 역할에 대한 좀 더 넓은 이론적 맥락과 연결시켜 설명한다.

이 책은 이후 40년이라는 세월의 검증을 거치며 그 중요성과 깊이를 더욱더 확고하게 인정받아 과학계의 고전으로 자리 잡았다. 저자는 출간 40주년을 맞아 에필로그에서 이기적 유전자 개념이 갖고있는 지속적인 타당성을 이야기하며 책이 전하는 메시지를 되새긴다.

책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DNA 또는 유전자에 의해 창조된 생존 기계며 유전자를 후세에 남기려는 ‘이기적 행동을 수행하는 존재’라고 강조한다.

이 주장은 40년 동안 생물학계와 언론의 수많은 찬사와 논쟁의 대상이 됐다. 저자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성의 진화, 이타주의의 본질, 협동의 진화, 적응의 범위, 무리의 발생, 가족계획, 혈연선택 등의 주요 쟁점과 게임 이론, 진화적으로 안정한 전략의 실험, 죄수의 딜레마, 박쥐 실험, 꿀벌 실험 등 방대한 현대 연구 이론과 실험을 보여준다.

또한 저자는 이러한 특성이 다양한 동물과 조류의 실제적인 실험과 이론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 논리적으로 살펴본다.

그의 주장 가운데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유전의 영역을 생명 본질에서 인간 문화로까지 확장한 ‘밈(meme) 이론’이다.

이는 문화유전론으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밈(meme)은 저자가 만든 새로운 용어로서 ‘모방’을 의미하는데, 이 단어는 1988년부터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등재됐을 만큼 오늘날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밈학’이라는 새로운 분야가 탄생하기도 했다.

밈은 유전적인 전달이 아니라 모방이라는 매개물로 전해지는 문화 요소라고 볼 수 있는데, 밈은 좁게는 한 사회의 유행이나 문화 전승을 가능하게 하고 넓게는 인류의 다양하면서도 매우 다른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원동력이 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사회생물학의 논쟁이 되었던 유전적 요인과 환경 문화적 요인 가운데 인간의 본질을 보다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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