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정태섭 기자] 멀미로 고생하는 사람이라면 장시간 이동이 두렵기 마련이다. 우리가 흔히 경험하는 멀미는 자동차, 배, 비행기 등 몸이 수동적으로 이동할 때 나타나며 어지럼·메스꺼움·구토·두통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최근 멀미가 ‘독극물을 먹었다’는 뇌의 착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흥미로운 주장이 제기됐다.
일반적으로 멀미 증상이 심하면 구토 증상이 나타난다. 먹은 음식을 토해내는 구토는 우리 몸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로 부패한 음식을 먹거나 과음을 했을 때, 혹은 독극물을 먹었을 때 나타나는 생리현상이다.
신경학자이자 영국 카디프대(Cardiff University) 교수인 딘 바넷(Dean Burnett)은 “우리가 자동차로 이동할 때 몸의 균형을 담당하는 삼반규관(semicircular canal)은 몸이 흔들린다는 신호를 받지만 실제로는 차 안에서 몸이 움직이지 않아 두 가지 모순된 정보를 뇌가 받게 된다”고 설명한다.
변연계 내부에 자리한 시상(thalamus)은 두 가지 모순된 정보를 분석하고 통합하려 하지만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상충되는 메시지를 뇌가 독극물을 먹었다고 오해한다는 것이다. 구토는 뇌가 판단하는 독극물을 제거하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다.
바넷 교수는 “결과적으로 우리의 뇌가 독에 중독될 것을 우려해 멀미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한다.
창밖을 보는 것은 실제로 움직이고 있음을 뇌가 재확인할 수 있어 멀미에 도움이 되지만 반대로 가만히 책을 보는 것은 멀미를 악화시킨다. 또 직접 운전을 하면 뇌가 사용할 수 있는 시각적 증거가 훨씬 많아져 멀미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쉽게 멀미하는 사람과 멀미를 전혀 하지 않는 사람으로 나뉘는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인류가 자동차·버스·보트 등으로 이동하게 된 것이 역사상 그리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멀미를 하는 사람들의 경우 뇌가 멀미에 적응하는 진화가 아직 충분치 않다는 의미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한편, 2013년에는 바르게 앉지 않고 다리를 떠는 습관을 가진 사람일수록 멀미를 더 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어 ‘동작의 차이’가 멀미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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