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제제 관세 품목에 스마트폰 포함

(출처:pexels.com)

[데일리포스트=정태섭 기자] 미국과 중국 정부의 ‘기 싸움’이 팽팽한 가운데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13일(현지시각) 대(對) 중국 제재 관세 제4탄으로 총 3805개 품목 300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제품에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공표했다.

이번 조치가 발동하면 중국에서 수입되는 거의 모든 제품이 추가 관세 대상이 되며 그간 제제 대상에서 제외됐던 스마트폰도 포함된다. 스마트폰은 중국 의존도가 다른 품목보다 높고 중국 이외의 대체 조달이 쉽지 않기 때문에 지금까지 제재 관세 대상에서 제외되어 왔다.

◆ 아이폰 가격 인상 불가피해지나?

중국 화웨이에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 2위 자리를 내주는 등 위기설이 이어지고 있는 애플에게 또다시 암운이 드리워지고 있다. 아이폰을 비롯한 애플 하드웨어 제품의 거의 대부분이 중국에서 제조되고 있어 무역마찰의 여파를 고스란히 떠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출처:pxhere.com)
(출처:pxhere.com)

모건스탠리 추산에 따르면 미국에서 현재 999달러에 판매되고 있는 아이폰 XS에 25%의 관세가 부과될 경우 160달러가 껑충 뛰게 된다. 이를 제품 가격으로 전가하면 판매량 감소는 당연한 수순이 될 것이고, 자체적으로 떠안는다면 2020년 회계연도 순이익 급감이 예상되는 상황.

성장 동력에 빨간불이 켜진 애플 입장에서 현재의 미중 대립은 최악의 타이밍이라고 할 수 있다. 애플의 올해 1분기(1~3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 떨어졌고 순이익은 16% 감소하며 2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애플 전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이폰 매출은 17% 급감했다.

(출처:시장조사회사 IDC)
(출처:시장조사회사 IDC)

IDC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아이폰 출하대수는 3640만대로 전년대비 30.2% 감소하며 2분기 연속 전년 실적을 밑돌았다. 또 다른 조사회사 카날리스 애널리틱스는 애플의 텃밭 북미 시장에서 1분기 아이폰 출하대수가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했다고 밝혔다.

◆  애플, 中정부 보복 조치와 소비자 반감에 ‘사면초가’ 

미국의 결정에 중국 역시 6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수입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하는 등 미-중 양국의 대립은 날로 격화되는 양상이다. 중국이 보복에 나선다면 애플의 중국사업 리스크는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또 중국이 4월 1일 부가가치세 인하를 결정하면서 애플은 아이폰 판매 가격을 인하한 바 있는데, 이 역시 취소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중국 소비자들은 자국 정부에 대한 지지 차원, 나아가 미국에 대한 반감으로 애플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도 시작했다. SNS 등 온라인을 중심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화웨이 제품 사용을 금지하고 나선 상황에서 우리도 대표적 미국 수입품 아이폰을 구매하지 말자”는 등의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

애플 CEO 팀 쿡(Tim Cook)
애플 CEO 팀 쿡(Tim Cook)

애플은 이미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전략에 돌입했다. 지난 1월 아이폰을 중국 공장에서 생산중인 대만 훙하이 그룹 산하 ‘폭스콘(Foxconn, 富士康)’이 인도로 생산 공장을 옮기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국 공장 수준의 양산 체제 구축 역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의견이 많다.

스마트폰 교체주기 장기화와 아이폰 판매 감소로 성장 동력을 잃은 가운데 관세 조치와 중국내 불매 운동까지 겹치면서 애플은 가장 힘든 한해를 보낼 것이란 진단이 나오고 있다.

저작권자 © 데일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