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화물차 상용화 시대 열리나?

(출처:pexels.com)
(출처:pexels.com)

[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자동차가 등장한 이래 가장 큰 변혁의 시기를 맞이한 자동차업계. 영화에서나 보던 자율주행(Self-Driving) 시대는 이미 현실로 다가왔다. 

자율주행이란 운전자가 브레이크, 핸들, 가속 페달 등을 제어하지 않아도 스스로 주변 환경을 인지해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동차업계를 비롯해 수많은 스타트업, IT 회사들이 엄청난 투자와 M&A를 거듭하면서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새로운 자동차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 美USPS, 자율주행 트럭으로 장거리 우편배달 나서

이런 가운데 미국 연방우편국(USPS)이 21일(현지시간)부터 2주간에 걸쳐 자율주행 트럭을 활용한 우편물 장거리 수송 실험에 나섰다. 연방 공공기관이 나서 자율주행 기술을 주도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곧 자율주행트럭을 이용한 우편물 배달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우편배달 실증실험 중인 투심플의 자율주행트럭
미국에서 우편배달을 하게 될 투심플의 자율주행트럭

실증실험에서는 피닉스와 댈러스 물류센터 사이를 상대적으로 덜 복잡한 남서부 3개 주(州) 고속도로로 주행하며, 왕복 3천380㎞ 구간을 45시간에 걸쳐 이동한다. 실험기간 동안 총 5차례의 왕복 운행이 이루어진다. 

현 단계에서는 완전한 무인 자율주행 방식은 아니다. 비상시에 대비해 운전석에는 운전자가 앉아 운행 상황을 지켜보며 조수석에는 엔지니어도 탑승한다.

이번 실험차량은 자율주행 상업용 트럭 스타트업 투심플(TuSimple)이 피터빌트사(Peterbilt Motors Company)의 트럭을 기반으로 개발한 것이다.

투심플의 자율주행 트럭은 여러 대의 카메라를 탑재하고 있으며, 800m 앞의 장애물·보행자·긴급차량 등을 감지할 수 있다. 또 고속도로뿐 아니라 일반도로 및 물류시설 부지 내에서 자동주행이 가능하다.

미국 샌디에고와 베이징에 회사를 두고 있는 투심플은 샤오디 하우(Xiaodi Hou) 등이 공동 설립한 회사로 중국자본이 대거 투입돼 있으며, 최근 미국 AI 컴퓨팅분야 선도기업인 엔비디아(NVIDIA)도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USPS는 투심플 측에 상업 운송요율로 요금을 지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화물업계의 자율주행 도입....인력난 해결할 구원투수로 ‘주목’ 

USPS가 실험에 나선 배경에는 운송업체의 심각한 인력 부족 문제가 자리한다. 미국 소비 제품의 무려 70%가 화물차로 수송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고령화와 더불어 장기출장과 야간 근무 조건 등으로 업계는 심각한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국내에서도 트럭 운전사들은 장거리 운전 및 새벽·야간 운행이 많아 졸음운전 사고 등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화물차 운전사는 일평균 354.7㎞를 운행하며 매일 약 13시간 일한다. 

미국은 고용에 미칠 영향이 적고 오히려 인력난에 시달리는 분야부터 자율주행차를 실제로 도입하겠다고 나선 셈이다. 미국 트럭운송협회(ATA)는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2024년까지 17만 5000명의 운전자가 부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화물업계의 인력난은 비단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물류조사업체 트랜스포트 인텔리전스(Transport Intelligence)에 따르면 유럽에서도 약 15만 명의 트럭 운전자가 부족한 상황이다. 

(출처: 투심플)
(출처: 투심플)

지난해 10월 일본 정부는 인력난에 고심하다 대형트럭 2대를 이어 운행하는 ‘연결트럭’을 허용키로 결정했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올해 1월부터 트럭의 합계 길이가 25m인 경우까지 연결트럭 운행을 허용하고 있다.

투심플의 척 프라이스(Chuck Price) 최고제품책임자(CPO)는 "장거리 운송은 자율주행을 통해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다. 자율주행 트럭은 운전자처럼 시간의 제한이 없다"고 언급했다.

투심플 외에도 볼보, 다임러, 구글 웨이모, 스타트업 뉴로, 중국 스트롤링 드래곤 등이 자율주행 화물차를 개발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8년 8월 현대자동차가 대형 트레일러 자율주행차로 의왕-인천간 약 40km 구간 고속도로 자율주행에 성공한 바 있다.

트레일러가 결착된 대형트럭이 고속도로에서 레벨3 자율주행 기술을 시연하고 성공한 것은 국내 최초이며, 현대차 측은 기술 완성도를 높여 2020년 이후 대형트럭 군집주행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형 트레일러 자율주행에 국내 최초 성공한 현대차 대형트럭 (출처=현대차)
​레벨3 자율주행에 성공한 현대차 대형트럭 (출처=현대차)

사실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한 해결 과제는 적지 않다. 자율주행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비롯해 해킹 등 보안 위험, 사고시 법적 이슈 등도 해결해야 한다. 또 자율주행이 만들어낼 엄청난 양의 실시간 통신량과 도로상의 변수 등도 고려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여러 과제를 해결하고 독립 주행이 가능한 최종 단계의 자율주행차의 대중화는 적어도 2040년, 혹은 그 이후가 될 수도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주목할 사실은 승용차용 자율주행 기술과 달리 트럭 자율 주행은 도시와 같은 복잡한 도로가 아닌 대부분 운전이 수월한 고속도로를 달린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번 시험 운행이 성공리에 끝난다면 자율주행 산업에서 장거리 수송 트럭은 예상보다 빠른 상용화와 더불어, 한층 유망한 시장으로 급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통해 운송비 절감과 장거리 수송이 용이해질 것으로 기대되며, 물류 사업 전체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무인 화물 자율주행차가 기존 노동비의 최대 90%까지 경감시켜줄 것으로 내다봤다.

자율주행 트럭이 화물운송업계가 직면한 구인난을 해결하고 물류산업의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데일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