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pexel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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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유독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이 있다. 가령 밥 먹을 때 ‘쩝쩝’ 거리는 소리, 타이핑 소리, 껌을 씹는 소리, 종이를 바스락거리는 소리, 거친 숨소리 등 특정한 소리에 강한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일반적으로 대수롭지 않게 넘길 소리를 소음으로 인식해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을 ‘미소포니아(misophonia)’라고 한다. '선택적 소음 과민 증후군' 혹은 '청각과민증'이라고도 불린다.

생활 속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소음에 강한 부정적 감정과 분노, 불안을 느끼는 미소포니아는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시끄러운 소음에 민감해 하는 것이 아닌, 보통 사람이라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소리에 반응하기 때문에 스스로를 부끄러워하고 주변인에게 숨기기도 한다. 

(출처: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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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포니아 증상은 대체로 10살 전후에 나타나기 시작해 나이가 들수록 증상이 심해져, 점점 더 많은 소리에 혐오감을 느끼게 된다.

관련 연구를 하고 있는 암스테르담 대학 정신과 교수 데미안 데니스는 "많은 사람들이 미소포니아가 실제 장애인지 의심한다. 고통스럽다고 말해도 그저 예민한 사람으로 취급받으며 이해받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데니스 교수는 미소포니아가 엄연한 장애라고 강조한다. 그는 "환자 가운데 일부는 상대방 소리에 대한 혐오감으로 이혼하거나 직장을 그만두기도 한다"고 말했다.

사실 미소포니아에 대한 인지도는 높지 않으며 원인과 치료 관련 규명도 턱없이 부족하다. 어떤 메커니즘인지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의료계에서도 소리에 과도한 반응을 보이는 아이를 자폐증이나 ADHD로 잘못 진단하는 경우가 있다.   

(출처:pxhe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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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들은 아직 상세한 발생 메커니즘은 알 수 없지만 뇌가 소리를 처리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이 가설을 바탕으로 데니스 교수와 동료들은 최근 21명의 미소포니아 환자와 23명의 일반인을 대상으로 실험을 실시했다.

피실험자들은 (미소포니아를 겪는 사람들이 느끼기에) 불쾌한 소리가 포함된 동영상과 일반적인 동영상을 각각 시청했다. 피실험자의 뇌를 모니터링한 결과, 불쾌한 소리가 포함된 동영상에 대해서만 두 그룹 사이에서 다른 반응이 나왔다.

미소포니아 증세가 있는 사람들은 불쾌한 소리를 듣고 분노와 혐오감을 느끼며 심박수가 급상승했다. 뇌 스캔 결과 감각기관이 느낀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현출성신경망(salience network)’이라는 영역이 강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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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미소포니아 환자는 뇌 영역의 연결이 일반인과 달라 특정 소리를 매우 민감하게 인식해 공포와 불안을 느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미소포니아 연구는 초기단계로 완치를 위한 일반적인 치료법이 없는 상황. 하지만 다양한 측면의 치료가 시도되고 있다. 심리 상담과 소리요법을 병행하는 것이 대표적이며, 대화 치료 등을 통해 극복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이외에도 헤드폰 등으로 의도적으로 소리를 차단하거나 충분한 휴식,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수면 등을 통해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치료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미소포니아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데니스 교수는 “환자에 따라 불안을 호소하기도 하고 소리에 분노를 느끼기도 한다. 같은 미소포니아라도 반응이 다양하기 때문에, 환자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를 먼저 이해하고 치료를 하는 것이 현 단계에서 가능한 효과적인 치료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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