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천년의 세월을 지나 미래로 향한다

[데일리포스트=최율리아나 기자] “먼저 나무껍질과 오래된 그물, 그리고 천 조각을 절구통에 넣고 잘 빻아준다. 조각난 재료들을 잿물에 담아 골고루 저어주고 알갱이를 걸러내 맷돌에 곱게 갈아준다.

곱게 갈린 알갱이들을 깨끗한 물에 담가 반복적으로 흔들고 물 위에 뜬 미세한 입자들을 망으로 걷어내 그늘에 말린다. 하루 이틀 잘 건조된 입자들은 종이가 된다.”

인류가 최초로 발명한 종이 ‘채후지(蔡侯紙)의 탄생 순간이다. 중국 후한 시대 환관인 채륜(蔡倫)은 인류의 4대 발명품인 종이를 최초로 발명한 인물로 알려지고 있다.

채륜이 종이를 발명하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리스와 로마 시대 사람들은 이집트 나일강 주변에서 자라는 수생식물인 ’파피루스(papyrus)‘ 줄기를 압착 시켜 필기 용지로 사용했다.

중국을 비롯해 일본과 우리나라의 경우 대나무를 엮은 뒤 그 위에 글씨를 쓰는 수단으로 ’죽간(竹簡)‘을 사용해왔다. 죽간은 무게가 무거워서 이동이 불편했다. 때문에 당시 고관대작이나 재력가들은 동물의 가죽이나 비단 등을 죽간 대신 사용했던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당시 환관으로 죽간과 묵을 관리하는 이른바 ’상방령‘ 직책을 맡았던 채륜은 105년 전국의 장인들과 함께 가볍고 편리하고 부드러운 필기도구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인류의 최초 종이가 세상에 탄생한 것이다.

이렇게 탄생한 종이는 대량 생산되면서 저렴한 가격에 널리 보급될 수 있었고 중국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와 일본, 실크로드를 통해 중앙아시아와 서역에 이르며 오늘날까지 기나긴 역사를 지속하고 있다.

채륜의 종이 발명은 단순히 필기를 위한 도구에서 그치지 않고 있다. 중국인들은 종이의 활용을 다양하게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당시 철(鐵)과 금(金), 그리고 은(銀)을 활용한 화폐에서 거액의 가치를 대변하는 최초의 어음인 ’은본위제(銀本位制)‘를 통해 은을 은행에 맡기고 그에 상응하는 종이화폐를 발행하면서 세계 최초의 화폐 제도의 기초를 다졌다.

실제로 종이의 발견으로 중국 뿐 아니라 전 세계의 화폐 제도가 급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은 금속 화폐에서 종이를 이용한 ’어음(手形)‘을 바탕으로 통화(通貨)의 편의성이 높아지면서 13세기 당시 실크로드를 통해 중국을 방문한 마르코폴로(Marco Polo)는 중국의 종이 화폐 실효성을 전하며 금속 화폐에서 종이 화폐 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오래 전 환관에 의해 발명된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인 ’종이‘는 현재까지 그 명맥을 유지하며 인간의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종이는 단순히 필기도구에서 벗어나 화폐의 개념을 바꿨으며 문화와 일상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절대적인 도구로 안착했다.

인간이 가장 즐겨 읽는 신문지를 비롯해 쇼핑백과 잡지, 화장지, 교육에 필요한 교과서, 그리고 달력에 이르기까지 후한 시대 채륜의 종이는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마주하고 있는 21세기 현재까지 우리 삶에 녹아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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