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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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최율리아나 기자] 포유류는 대사와 체중, 그리고 수명 사이에 매우 간단한 상관관계가 존재한다. 대부분의 경우 몸집이 클수록 신진대사가 느려져 그만큼 오래살 수 있다는 것.

물론 예외도 있다. 그 중 하나인 사람도 체중이 비슷한 다른 포유류보다 장수한다. 반면 곰은 사람보다 훨씬 체중이 무겁지만 수명은 30년 정도에 불과하다. 

몸의 크기를 고려할 때 사람보다 수명이 긴 19종의 포유류 가운데 18종이 바로 박쥐다. 포유류의 일반적인 규칙대로라면 박쥐의 수명은 훨씬 짧아야 하지만 일부 박쥐는 상대적으로 긴 수명을 가지고 있다. 가령 초소형 박쥐과인 '브랜츠 박쥐(Brandt's bat-Myotis brandtii)'는 무게가 불과 7그램이지만 야생에서 40년 이상 생존한다.  

초소형 박쥐과 '브랜츠 박쥐(Brandt's bat-Myotis brandtii)
초소형 박쥐과 '브랜츠 박쥐(Brandt's bat-Myotis brandtii)'

◆ 경험과 환경에 따라 유전자 활성이 변화  

‘네이처 생태와 진화(Nature Ecology and Evolution)’에 게재된 최근 연구에 따르면 아일랜드·프랑스 공동 연구팀은 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25년 이상 장수하는 박쥐를 추적 조사했다. 

Nature Ecology and Evolution에 게재된 연구팀 논문
Nature Ecology and Evolution에 게재된 연구팀 논문

조사 방법은 다음과 같다. 박쥐를 잡아 혈액을 채취한 후 태그를 붙여 야생으로 돌려보낸다. 그리고 6년이 지난 시점에서 같은 작업을 반복한다. 이렇게 100마리 이상의 박쥐 데이터를 모아 각 연령에서 활성화하는 유전자를 추적, 노화에 따른 혈액 세포 변화를 관찰했다.

이에 따르면 박쥐는 각기 다른 경험과 환경적 요인으로 유전자 활성이 변화한다. 연구팀은 유전자 활성의 차이 가운데 노화와 관련된 것은 9%에 지나지 않지만 이 안에는 주목할 만한 유전자가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박쥐 노화의 차이는 활성이 가장 크게 변한 100개의 유전자로 대부분 설명이 가능한데, 이들 유전자가 DNA 손상을 복구하고 세포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출처:pxhere.com)
(출처:pxhere.com)

또 박쥐는 염색체 말단을 유지해 세포의 노화까지 막을 수 있었다. 보통 이러한 프로세스는 '텔로머라아제(telomerase)'라는 효소가 '텔로미어(telomere)'가 짧아지는 것을 막는 경우가 많은데, 박쥐는 이 과정 없이 가능한 것으로 추정된다.

◆ 노화와 동시에 암화(canceration) 방지 

연구팀은 박쥐 수명의 비밀을 풀기 위해 쥐·늑대·사람과의 비교 연구를 진행했다. 노화에 의해 면역 반응과 대사 활성 저하 등 여러 공통점이 나타났지만, 박쥐만 유일하게 노화로 인한 염증이 증가하지 않았다. 

또 박쥐의 miRNA(RNA의 짧은 배열로 다른 유전자의 활성을 제어)를 조사했다. 연구팀은 “조사 결과 박쥐는 염색체 말단을 유지해 세포 노화를 방지하는 동시에, 이것이 암화(canceration)로 인해 통제가 불가능할 정도로 성장하는 것을 막는 놀라운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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