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 개체수 감소로 인한 생태계 교란 '심각'

(출처:pixabay.com)
(출처:pixabay.com)

[데일리포스트=정태섭 기자] 먹이사슬과 서식지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곤충이 놀라운 속도로 사라지면서, 이로 인한 생태계 교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세계 곳곳에 서식하고 있는 곤충은 2018년 기준 약 100만 종이 알려져 있으며, 확인된 생물 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처럼 지구상에 가장 많은 개체 수를 자랑하는 곤충의 감소는 생태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독일 서부 도시 크레펠트(Krefeld)에 있는 ‘크레펠트 아마추어 곤충학회(Amateur Entomology Society of Krefeld)’가 "지난 30년 동안 곤충의 개체수가 크게 줄었으며 머지 않은 미래에 멸종할 위기에 처해있다"고 경고했다.  

크레펠트 아마추어 곤충학회가 수집한 나비 일부
크레펠트 아마추어 곤충학회가 수집한 나비 표본

◆ 지난 30년간 곤충 개체수 76% 감소

학회는 지난 1982년부터 30년 동안 독일의 시골 지역에 벌레 포획기를 설치하고 약 8000만 마리의 곤충을 수집하고 있다. 본부로 이용하고 있는 폐교 건물은 두꺼운 커튼으로 햇빛을 차단하고 유리 진열대에 수천 마리의 나비와 해외 딱정벌레, 잠자리 등을 전시·보관중이다. 

크레펠트 아마추어 곤충학회는 표준화된 내용의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마틴 소르그(Margin Sorg) 회장은 "우리는 1982년부터 크기와 재질이 표준화된 벌레포획기를 사용하고 있으며, 63개 지역에서 동일하게 벌레를 수집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양한 장소에서 매년 포획량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학회의 정량적 곤충 데이터는 '보고(寶庫)'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크레펠트 아마추어 곤충학회는 지난 30년에 걸친 조사 결과, 포획된 곤충의 총량이 조사 개시 시점에 비해 무려 76%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학회는 이미 2011년 곤충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는 주장을 한 바 있지만, 당시에는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크레펠트 아마추어 곤충학회의 마틴 소르그 회장
크레펠트 아마추어 곤충학회의 마틴 소르그 회장

◆ 결국 인간 탓...."모든 곤충이 사라질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 2월 호주 시드니 대학과 퀸즐랜드 대학 연구팀은 현재 곤충 종(種)의 40% 이상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논문은 국제학술지 '바이오로지컬 컨서베이션'에 게재됐다.

시드니대의 프란체스코 산체스 바요 교수는 “지난 25∼30년 동안 전체 곤충 수가 매년 2.5%씩 감소해왔다”며 “10년 이내에 4분의 1이 사라지고, 50년 뒤엔 절반이, 100년 뒤에는 결국 멸종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는 공룡 멸종 이후 가장 큰 멸종 사례"라고 강조했다.

또 지난 5월 개최된 '유엔 생물 다양성 과학기구 총회(IPBES)' 국제회의에서는 "인간의 활동으로 전체 동식물의 12.5%에 해당하는 100만 종 동식물이 멸종 위기에 처했다"는 경고가 나와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한편, 크레펠트 아마추어 곤충학회의 조사 결과는 대학의 연구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네덜란드 라도바우도 대학에서 생태학을 연구하는 한스 드 크룬(Hans de Kroon) 교수는 조류 감소 문제를 연구하던 중 먹이인 곤충 감소가 조류 감소의 원인이라고 판단했지만, 증거와 데이터가 부족했다. 그는 동료의 추천으로 알게 된 크레펠트 아마추어 곤충학회의 데이터를 연구에 활용했다. 

(출처:Shutterstock)
(출처:Shutterstock)

앞서 언급한 호주 시드니 대학과 퀸즐랜드 대학 연구팀이 진행한 메타 분석에서도 크레펠트 아마추어 곤충학회의 데이터가 핵심적 역할을 했다.

전문가들은 곤충이 사라지는 주요 원인을 농약 및 비료, 기후 변화로 인한 오염, 농업의 산업화·도시화·벌목으로인한 서식지 감소 등으로 파악하고 있다.

소르그 회장은 "자연보호 구역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공장이 세워지고, 살포되는 농약도 날로 확대되면서 곤충은 생존이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곤충 감소가 되돌릴 수없는 지점까지 간다면 ‘생물 다양성의 영구 상실’이라는 무서운 사태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