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flick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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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붉은 행성’으로 불리는 화성은 대기가 지구의 1% 정도에 불과하며 물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황량한 행성이다. 하지만 수십억 년 전 화성은 두꺼운 대기로 둘러싸인 강과 바다로 둘러싸인 물이 풍부한 곳이었다. 학계는 고대 화성에 생명체가 살았는지 혹은 현재도 살고 있는지 추적하는 노력을 이어왔다.   

최근 들어 화성에서 생명체 존재 여부를 간접적으로 가늠할 수 있는 몇 가지 흥미로운 단서들이 발견되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수석과학자 짐 그린 박사는 지난 9월말 “2021년 중반쯤이면 (새롭게 발사되는) 화성 탐사 로버를 통해 생명체 존재에 대한 확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외계 생명체의 존재 확인이 갖는 혁명적 의미를 받아들일 준비가 아직 안 돼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출처: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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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체 지표' 메탄가스 규명에 한 걸음 더 

메탄은 미생물이나 생명체 부패 등 대부분 생체 작용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생명체 흔적으로 여겨져 왔다. 그동안 ESA 화성탐사선 '마즈 익스프레스(Mars Express)'와 NASA 화성탐사 로버 '큐리오시티(Curiosity)', 그리고 지구상의 수많은 망원경에 의해 메탄가스가 여러 차례 관찰됐지만 양은 각기 달라 실존 가능성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올해 4월 마즈 익스프레스가 가스추적궤도선 TGO(Trace Gas Orbiter)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발표된 논문에선 ‘화성 궤도에서 메탄 성분을 거의 발견하지 못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러시아 우주과학연구소 소속 올레그 코레베르(Oleg Korablev) 연구원은 성명을 통해 "치밀한 분석을 통해 메탄가스를 찾았지만, 화성 규모에서 존재한다고 볼 수 없는 수준의 극소량밖에 검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TGO가 수집한 화성의 메탄가스/검출량: 0.05ppbv(출처:ESA)
TGO가 수집한 화성의 메탄가스/검출량: 0.05ppbv(출처:ESA)

이런 가운데 지난 8월 '지구물리학 연구 회보(Geophysical Research Letters)'에 35억년~38억년 전 형성된 지름 154㎞의 게일 크레이터(분화구) 상공에서 검출되는 메탄가스 농도가 아침과 저녁으로 차이를 보인다는 새로운 논문이 발표됐다. 과거 연구에서는 메탄 농도의 계절에 따른 변화만 규명됐다. 
 
호주국립대학(ANU) 방문 연구원이자 캐나다 요크대학 존 무어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게일 크레이터 상공으로 배출된 메탄 양이 1일 기준 2.8㎏에 달하며 농도가 낮에는 크게 낮아졌다 열전달이 감소하는 저녁이 되면 표면 인근에서 크게 늘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로 인해 그동안 게일 크레이터 상공의 메탄 농도 측정치가 차이를 보인 것이라고 설명한다.

무어 박사는 "이번 연구는 시간에 따른 대기 중 메탄가스 농도 변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한편, 메탄 출처의 미스터리를 규명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언급했다. 

◆ NASA 탐사선, 화성서 ‘고대 소금호수' 흔적 발견

한편, 윌리엄 라핀 박사가 이끄는 캘리포니아공대(Caltech) 연구팀은 최근 “약 37억~33억년 전 화성 분화구 퇴적층에서 소금물 흔적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논문은 과학저널 '네이처 지구과학(Nature Geoscience)' 최신호에 게재됐다. 

'네이처 지구과학'에 게재된 캘리포니아공대 연구팀 논문
'네이처 지구과학'에 게재된 캘리포니아공대 연구팀 논문

연구팀은 NASA의 화성 탐사 로버 ‘큐리오시티’가 게일 크레이터의 샤프산에서 채취한 토양샘플을 분석했다. 게일 크레이터는 약 38억 년 전~35억 년 전 소행성 등의 충돌로 화성에 형성된 분화구다. 이후 퇴적과 풍화작용 등으로 분화구에 들어선 약 5천500m 높이의 샤프산(Mount Sharp)은 화성 지질의 역사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토양 샘플을 분석한 결과, 화성의 다른 암석에서는 볼 수 없는 ‘황산마그네슘’과 ‘황산칼슘’ 등 다양한 염화물이 발견됐다. 라핀 박사는 “황산염은 크레이터 내부에 존재한 대량의 소금물, 즉 고대의 염호(鹽湖)가 증발했다는 증거”라고 설명한다. 

기존의 화성 연구를 통해 과거 화성에는 헤스페리안기(Hesperian age, 37~34억년 전)라는 대규모 기후 변화 시대가 존재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게일 분화구에 존재한 물도 헤스페리안기에 마른 것으로 보이며, 이 시기 화성은 한층 건조한 기후로 변했을 가능성이 있다. 

연구팀은 "황산칼슘은 비교적 용해도가 낮아 호수가 마르는 오랜 기간 퇴적된 반면 황산마그네슘은 용해도가 높아 호수 증발의 마지막 과정에서 퇴적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언급했다. 

(출처: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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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구로 화성에 물이 존재했다는 증거나 유기물 흔적은 발견된 바 있지만, 분화구 퇴적물에서 황산염이 풍부한 토양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원래 존재했던 큰 호수의 물이 증발해, 분화구 내에 얕은 홈이 여러 개 생기면서 염분이 농축된 염화물을 남긴 채 점차 말라간 것으로 보고 있다. 

황산염 발견은 게일 크레이터 내 호수의 염도가 매우 높았음을 시사한다. 과학전문 매체'사이언스 얼러트(Science Alert)'는 “화성에서 ‘내염성 미생물(salt-tolerant microorganism:소염 농도에서 가장 빠르게 증식하지만 고농도 염도에서도 증식 가능한 미생물)’과 같은 생명체 증거를 찾기 위한 작업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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