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pxhe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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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깊은 수면(논렘수면, NREM sleep)에 빠졌을 때 나오는 뇌파가 뇌척수액(CSF)의 유량 증가를 촉진해 알츠하이머병 및 기타 질환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독소를 씻어내는(brainwash) 작업을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번 연구는 미국 보스턴대학 로라 루이스(Laura Lewis) 교수 연구팀이 진행했으며, 논문은 31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됐다. 수면 패턴 교란과 관련된 알츠하이머병·자폐증 등의 신경정신질환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이언스에 발표된 보스턴대학 로라 루이스 교수 연구팀 논문 

지금까지 연구로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은 수면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과 ‘수면장애가 있는 사람은 알츠하이머병에 걸리기 쉽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뇌 건강과 수면'에 주목한 루이스 교수는 잠자는 동안 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조사했다. 이미 2013년 동물 연구를 통해 수면 중 뇌척수액 흐름이 증가해 알츠하이머와 관련된 독성 단백질 등 노폐물을 배출한다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루이스 교수 연구팀은 인간 뇌에도 같은 운동이 일어나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했다. 수면 중 뇌척수액 작용을 관찰한 것은 처음이며, 뇌파·혈류·뇌척수액의 파동이 별개가 아닌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출처: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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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에 따르면 수면 중 뉴런(신경세포)의 활동이 잠잠해지면 혈액이 빠져나가는 대신 뇌척수액이 흘러들어오는데, 이 뇌척수액이 맥파(pulse wave) 리듬을 타고 뇌를 세척한다는 것. 또 뉴런에서 뇌파의 주파수가 낮아지는 서파(slow-wave) 활동이 일어난 몇 초 후 뇌척수액 흐름이 일어난다는 사실도 파악했다. 주기는 약 20초에 1번이었다. 서파는 깊은 수면에서 나타나며 알츠하이머 환자의 경우 서파 활동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뇌의 세척주기 감소로 이어져 독소 제거 능력을 낮추는 것으로 추정된다.   

루이스 교수는 “뇌척수액 흐름이 증가하면 뇌의 혈액량이 줄어든다. 이는 뇌척수액이 노폐물을 운반할 여지가 크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출처: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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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수면상태인 논렘수면과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 축적되는 베타-아밀로이드의 관계를 연구하고 있는 UC 버클리 대학 윌리엄 자거스트(William Jagust) 교수는 "양질의 수면을 보장하는 것은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언급했다. 

쟈가스트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수면과 알츠하이머병에 관한 다른 연구 결과와도 일치한다. 즉 아밀로이드가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고 그로 인해 아밀로이드가 또 다시 증가하고 노폐물 제거도 감소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연구팀은 실험 대상군 연령을 높여, 수면시 뇌 혈류 및 뇌척수액 흐름에 노화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추가 연구를 통해 규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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