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페르난도 가르베로글리오 연구팀 제공/이하 동일)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페르난도 가르베로글리오 연구팀 제공)

[데일리포스트=정태섭 기자] 약 1억년 전에 살았던 뒷다리를 가진 멸종 뱀 두개골 화석이 거의 완벽하게 보존된 상태로 발견됐다. 이번 발견으로 기존 '뱀의 조상'은 잘못된 모습이며 "약 7천만년 간 뱀은 뒷다리를 유지했다"는 새로운 가설이 주목받고 있다. 

페르난도 가르베로글리오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나자쉬 리오네그리나(Najash rionegrina, 이하 나자쉬)' 뱀 화석 연구 논문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최신호에 게재했다.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최신호에 게재된 연구팀 논문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최신호에 게재된 연구팀 논문

나자쉬는 2006년 발표된 논문에서 처음으로 존재가 밝혀진 다리가 있는 뱀이다. 당시 발굴을 통해 약 9500만 년 전 조각난 두개골과 함께 뒷다리 뼈가 발견됐다. 나자쉬는 사막에 서식하지 않고 해양에 서식한다는 점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2006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된 나자쉬 화석 관련 논문
2006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최초로 발표된 나자쉬 화석 관련 논문

연구자들은 뱀이 도마뱀에서 진화한 사실과 진화 과정에 두개골이 큰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규명했지만 2006년 시점에서는 조각난 두개골 밖에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뱀 머리 전체 모습은 파악하지 못했다. 따라서 학계는 이번에 발견된 두개골이 뱀의 진화 과정을 밝히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다음 사진이 2013년 아르헨티나 고생물 유적지에서 발굴 작업을 할 당시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 학생이었던 페르난도 가르베로글리오와 고생물학자 세바스티안 아페스테기아의 모습이다.

페르난도 가르베로글리오 연구팀

기존 가설에 따르면 뱀은 구멍을 파고 살던 작은 장님 도마뱀이 진화한 것이며, 오늘날의 장님뱀하목(Scolecophidia)이 가장 원시적인 뱀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새로 발견된 나자쉬 화석은 장님뱀하목과는 계통이 다르다. 나자쉬는 날카로운 이빨이 많은 큰 입을 가지고 있으며, 관절 일부는 현대의 뱀처럼 움직인다. 또 전형적인 도마뱀 두개골과 공통되는 일부 특징도 갖고 있다. 

페르난도 가르베로글리오 연구팀

연구팀은 "진화론적으로 이번 나자쉬 화석은 오늘날의 뱀과는 달리 뼈가 큰 먹이도 소화할 수 있는 형태였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또 현존 뱀의 눈 뒤쪽에 있는 협골(頰骨·광대뼈)이 도마뱀 선조의 안와(眼窩·eye socket)에서 유래된 것으로 여겼지만 새로 발견된 두개골은 이 가능성을 부정한다.

이어 "새로운 나자쉬 표본은 과학이 가진 '예측력'의 좋은 사례다. 오늘날 뱀에게는 없는 광대뼈의 발견은 연구자 예측을 데이터로 보충하고 뒷받침하는 것이다. 즉 오래된 가설에 오류가 있으며  새로운 가설이 인정받은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페르난도 가르베로글리오 연구팀

연구팀은 "두개골 분석 결과 뱀의 조상은 코모도왕도마뱀(Varanus Komodoensis)과 같은 대형 도마뱀에 가까웠다고 추정된다. 이번 연구로 뱀의 뒷다리는 짧아도 일정 기능을 하며 약 7천만 년 간 이어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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