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은 개체군으로 인해 특별한 외부 요인 없이 멸종했을 가능성 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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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정태섭 기자] 유라시아 대륙에서 약 40만년 전부터 4만여년 전까지 살다가 멸종한 네안데르탈인은 현생 인류와 한동안 지구상에서 공존했다. 네안데르탈인은 동굴 벽화를 그리고 죽은 동료를 매장하는 등 발달한 문명을 이루었지만 결국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만이 살아남았다. 

6만 4천년전에 그려진 네안데르탈인 벽화(영국·독일·스페인 공동 연구팀이 2018년 사이언스에 논문 발표)

네안데르탈인 멸종에 대한 추정은 매우 다양하다. 기후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설과 지능이 앞선 현생인류와의 경쟁에서 도태됐다는 주장, 지난해 11월 네이처 커뮤니케인션스에 발표된 ‘이동 중 만난 현생 인류에 의한 질병 감염 가능성’까지 여러 학설이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 확실히 밝혀진 것은 없다.      

이런 가운데 네덜란드 아인트호벤 공과대학과 라이덴대학 공동연구팀이 "네안데르탈인은 외부 요인이 아닌 인구통계학적으로 스스로 소멸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주목된다. 논문은 국제 학술지 '플러스원'(PLoS ONE)에 게재됐다. 

국제 학술지 '플러스원'(PLoS ONE)에 게재된 연구팀 논문 

연구팀을 이끈 크리스 배센(Krist Vaesen) 교수는 "이번 연구는 네안데르탈인이 현생인류로 인해 사라진 것이 아님을 시사한다"며 "인구통계상 그들은 단지 불운했을 뿐이다"라고 언급했다. 

연구팀은 인간과의 직접적인 경쟁 요인을 배제하고 인구 시뮬레이션을 실시했다. 연구팀은 시뮬레이션에서 ▲근친교배 영향 ▲개체군 감소로 개인 환경 적응도가 떨어지는 ‘앨리 효과(Allee Effect)’ ▲출산율·사망률·성별 비율 등의 요인 등을 고려했다. 

인구 시뮬레이션 결과, 호모 사피엔스와의 직접 충돌 및 자원 쟁탈전 등의 개입이 없었더라도 네안데르탈인은 최대 1만년 안에 높은 확률로 멸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안데르탈인은 현생 인류와 만나기 이전부터 인구가 상당히 적었기 때문에 특별한 외부 요인 없이도 자연 소멸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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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연구 결과는 네안데르탈인의 멸종이 오직 인구통계학적 요인 때문이라는 가설을 뒷받침한다. 이는 소규모 인구에 작용하는 내부 역학(dynamics)에 따른 결과일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당시 네안데르탈인 인구는 5천명에서 최대 7만 명 정도로 추정되는데, 인구가 수천 명까지 감소하면 단순한 불운으로도 쉽게 멸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연구팀은 호모사피엔스-네안데르탈인의 이종 교배가 네안데르탈인의 멸종을 가속화시켰을 가능성도 지적했다. 연구팀은 “유라시아 대륙에서 현생 인류의 존재는 가뜩이나 적은 순종 네안데르탈인의 인구를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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