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연구팀, 고대 이집트 사제 목소리 소환
CT촬영·3D 프링팅 기술로 성도 제작해 모음 발성 재현

CT 스캔 중인 이집트 미라 '네이샤문'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리즈 박물관 제공
CT 스캔 중인 이집트 미라 '네시아문'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리즈 박물관 제공

[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최신 과학기술을 이용해 3000년 전 숨진 고대 이집트 사제 '네시아문(Nesyamun)'의 미라에서 그의 생전 목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다.

영국 로열홀로웨이 런던대·요크대 리즈 박물관 공동연구팀은 연구 성과를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 최신호에 발표했다. 복원된 미라 목소리는 음성 데이터 형태로 인터넷상에 공개됐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게재된 연구팀 논문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게재된 연구팀 논문

연구팀은 3000년 전 미라 목소리를 복원하기 위해, 컴퓨터단층촬영(CT)을 통해 성도(聲道, vocal tract) 부위를 스캔해 3D모델을 제작했다. 성도 형태에 따라 목소리가 달라지기 때문에 정확한 성도 재현을 통해 실제에 가까운 목소리를 복원하려고 한 것.

비문에 기록된 네이샤문(Nesyamun) 이름을 의미하는 상형문자
비문에 기록된 네시아문(Nesyamun)의 이름을 의미하는 상형문자

이어 완성된 성도 3D모델을 3D 프린팅 기술로 출력한 후, 이를 성대를 대신할 인공후두 및 스피커와 연결한 후 네시아문의 목소리를 재현했다.

아래 영상은 영국 미디어 텔레그래프(Telegraph)가 유튜브 상에 공개한 복원된 네시아문 목소리다. 생성된 목소리는 매우 짧고 독특한 ‘에~’라는 모음 발성으로 마치 염소 울음소리처럼 들린다.

네시아문은 기원전 11세기 람세스 11세 파라오 통치하의 사제로 현재는 영국 북부에 위치한 리즈 시립박물관에 전시 중이다. 1824년 발굴된 이후 ▲1931년 X선 조사 ▲1964년 내시경 검사 ▲1990년 방사선 검사 등을 거쳤다. 이러한 여러 검사를 통해 네시아문의 사망 당시 나이는 50대 중반이었으며 치주질환과 심한 치아 마모로 고생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번 연구는 사망한 사람의 목소리를 복원한 첫 사례다. 네시아문의 미라는 거의 온전한 보존 상태로 발견됐고, 연조직인 발성 기관도 남아 있어 3D 스캔이 가능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아래는 CT 촬영을 통해 복원한 네시아문의 성도다. 연구팀은 "혀의 근육량과 연구개(soft palate)가 부족하다. 현대 성인 남성에 비해 네시아문의 성도는 현저히 작다"고 지적했다.

CT 촬영을 통해 3D로 복원한 네시아문 성도
CT 촬영을 통해 3D로 복원한 네시아문 성도

한편, 연구팀의 데이비드 하워드 로열홀로웨이대 교수는 “혀 조직이 남아있지 않아 실제 목소리를 완벽하게 재현했다고는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발성기관 형태를 통해 평균적인 혀 모양을 구현해 발성기관을 거의 온전하게 재구성할 계획이다. 이론적으로 기도문 혹은 노래 형태까지 구현이 가능할 것”이라며 추가 연구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연구에 참여한 조앤 플레처 요크대 교수는 “네시아문의 관에 새겨진 비문을 보면 그는 사후에도 본인의 음성이 울려 퍼지길 원했다”며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그의 소망을 실현시킨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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