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Pixabay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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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임신 유무를 빨리 파악하는 것은 엄마의 건강 유지와 태아의 성장과 발육에 중요하다. 현재 이용되고 있는 임신테스트기는 HCG(Human Chorionic Gonadotropin) 호르몬이 소변을 통해 흘러나오는 것을 검사하는 원리다. 

이러한 과학적 원리를 이용하기 이전에는 어떤 방식으로 임신 유무를 판별했을까? 

세계 여러 문화권에는 여성의 임신을 알기 위한 방법과 태아 성별을 결정하는 민속학이 전해진다. 임신 유무와 태어날 아이의 성별은 이후 삶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보를 미리 아는 것은 당시 사람들에게도 중요한 일이었다. 

이러한 여성의 임신을 알 수 있는 방법이 기원전 고대 이집트에도 존재했다. 흥미롭게도 '보리와 밀'을 임신 검사에 이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 연구팀이 2018년 공개한 고대 파피루스 콜렉션(The Papyrus Carlsberg Collection) 상형문자 해독 결과, 이 중 의료 문서에는 신장에 대해 언급한 내용 및 눈 질환 치료 등 의학적 지식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기원전 1400년경에 작성된 문서에는 보리와 밀을 사용한 임신 검사 방법이 기록되어 있었다. 

3,500년 전 이집트 임신 검사 지침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코펜하겐 대학교
3,500년 전 이집트 임신 검사 지침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코펜하겐 대학교

문서에 따르면, 고대 이집트에서는 현대와 마찬가지로 임신 판단할 때 여성의 소변을 사용했다. 먼저, 보리를 채운 자루와 밀을 채운 자루를 각각 준비해, 2개의 자루에 임신 가능성이 있는 여성이 소변을 본다. 만약 보리나 밀이 발아하면 그 여성은 임신한 것으로 판정하고, 발아하지 않으면 임신이 아닌 것으로 판정했다. 또 보리가 먼저 발아하면 남아, 밀이 먼저 발아하면 여아라고 여겼다. 

고대 이집트인들의 임신 검사 방법은 아프리카 대륙을 넘어 다른 지역까지 확산됐다. 코펜하겐 대학 연구팀은 "고대 이집트 상형문자로 기록된 의학 기술의 대부분은 이후 그리스와 로마 문서에서 다시 나타난다. 나아가 중동 의료 기술까지 확대되고 전근대 의학까지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대 이집트인들의 임신 검사 방법은 1699년에 기록된 독일 민속학 책에도 소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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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미국국립보건원(NIH)은 실제로 보리와 밀을 활용한 임신 검사 방법이 얼마나 정확한지 1963년 실시한 연구에서 조사한 바 있다. 해당 연구에서는 실제로 보리나 밀을 넣은 자루에 ▲남성 ▲임신하지 않은 여성 ▲임신한 여성의 소변으로 정확도를 확인했다. 

미국국립보건원(NIH)의 이집트 임신 방법 정확도 실험(1963)

실험 결과, 남성과 임신하지 않은 여성은 보리나 밀이 전혀 발아하지 않은 반면, 임신한 여성은 70% 확률로 발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원전부터 전해진 임신 검사 방법이 어느 정도 신뢰가 가능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실험결과 “보리는 남아, 밀은 여아”라는 성별 판정은 근거 없는 추측인 것으로 드러났다. 

임신한 여성의 소변에서 보리와 밀이 발아한 이유는 임신한 여성의 소변에 포함된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겐이 발아를 촉진했을 가능성이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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