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Shutterstock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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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남성성 상징, 혹은 훌륭한 패션 아이템으로 수염을 기르는 사람이 있는 반면, 매일 아침 외출 전 면도를 하며 그저 귀찮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다. 

미국 유타대학 연구팀이 "남성의 수염은 안면 공격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발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논문은 오픈 액세스 비교생물학저널 ‘Integrative Organismal Biology’에 게재됐다.  

Integrative Organismal Biology에 게재된 미 유타대 연구팀 논문

남성과 여성은 다양한 신체적 특징의 차이를 보이며, 특히 턱수염의 양은 남녀 간에 큰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지금까지 남성만 수염이 발달한 원인에 대해서는 뚜렷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학계에서는 남성의 얼굴 수염이 여성을 매료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 있었으며, 2016년에는 남성의 수염이 남성성을 강조해 더욱 강해보이게 하기 위한 유전적 수단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온바 있다. 

이번 연구결과를 발표한 유타 대학 연구팀은 ▲인간을 포함한 영장류에서 발견된 다른 개체에 대한 육체적 공격은 대부분 수컷끼리 이뤄진다. ▲인간이 맨손으로 전투할 때 공격 대상은 주로 안면이다. ▲남성은 여성에 비해 전투로 인한 안면 부상이 68~92% 많다는 점에서 남성의 수염이 적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의 안면을 보호하기 위해 진화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얼굴을 덮은 풍성한 수염은 얼굴 펀치 등의 에너지를 분산·흡수하고 피부와 뼈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Pixabay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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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설 검토를 위해 연구팀은 사람 뼈와 유사한 피질골(cortical bone) 특성을 가진 재료로 안면 뼈 모델을 구축했다. 이어 양의 피부 샘플을 이용하여 뼈의 모델을 감쌌다. 양모는 인간 수염과 동일하지는 않지만 샘플의 전체적인 털의 양 등을 고려할 때 사람의 얼굴 수염과 매우 유사한 조건을 갖췄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털을 떼어낸 상태 ▲털을 약 0.5cm 이하 길이로 자른 상태 ▲약 8cm 정도로 털을 기른 상태의 세 가지 조건 하에 생리식염수에 적셔 살아있는 조직과 같은 수분 상태의 피부 샘플을 테스트했다.  세 가지 조건은 인간의 ▲수염이 없는 상태 ▲수염을 자른 상태▲수염을 충분히 기른 상태를 재현하는 것이다. 

그리고 뼈 모델을 감싼 피부 샘플 위에서 직경 약 3cm, 무게 4.7kg의 막대를 떨어뜨리는 낙하 중량 충격 시험을 실시했다. 연구팀은 다양한 조건에서 막대기를 낙하시켜 털의 유무가 뼈에 미치는 충격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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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유타대 제공

실험 결과, 털이 없거나 0.5cm 이하의 짧은 상태에서는 95~100% 뼈 모델이 파손된 반면, 8cm 정도로 털이 충분한 상태에서는 45%에서만 파손이 확인됐다. 또 털이 많은 경우, 그렇지 않은 상태와 비교해 충격 에너지를 약 30% 흡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는 수염이 타격의 충격을 크게 완화하고 에너지를 흡수하며 심각한 부상 발병률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얼굴의 취약한 부분을 보호하고 전투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수염이 진화했다"는 가설과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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