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Pixabay 제공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Pixabay 제공

[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식충식물은 광합성과 토양에서 영양분을 얻는 일반적인 식물과는 다르다. 원생동물·곤충·절지동물 등을 포식해 소화·흡수하고 이를 양분의 일부로 이용하는 식물이다. 

이러한 식충식물의 뿌리를 추적 연구한 끝에 "도대체 어떻게 식물이 벌레를 먹게 됐을까?"라는 비밀을 풀 단초가 밝혀졌다. 해당논문은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됐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2020.5

기존 연구에서 "식충식물이 벌레를 흡수하기 위해 사용하는 소화액에 포함된 효소는 바이러스 및 세균 등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유전자가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이 보고된 바 있다. 그러나 식충식물이 벌레를 잡기 위해서는 이러한 소화액 분비뿐 아니라, 벌레를 유인하거나 포획하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그동안 식충식물이 도대체 어떻게 이런 능력을 거의 동시에 획득했는지는 규명되지 못했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학술지 '자연 생태와 진화(Nature Ecology & Evolution)'/2017년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학술지 '자연 생태와 진화(Nature Ecology & Evolution)'/2017년

일본 기초생물학연구소에서 진화생물학을 연구하는 게르고 팔팔비(Gergo Palfalvi) 등 연구그룹은 동일한 끈끈이주걱과(Droseraceae) 식충식물인 ▲끈끈이주걱 ▲파리지옥 ▲벌레먹이말 3종류의 식충식물의 유전자(genome)를 분석해 비교했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flickr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flickr

식충식물 3종의 유전자 비교에서 연구팀이 특히 주목한 부분은 특정 DNA 영역이 배가 되는 '유전자중복(gene duplication)' 현상이다. 이는 게놈 내에 같은 유전자가 2개 또는 그 이상 존재하는 것으로, 한쪽 유전자가 변이되면 나머지 유전자가 원래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 계속 기능한다. 따라서 유전자 중복이 발생한 생물은 본래의 능력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능력을 획득할 수 있다.  

유전자중복 흔적을 연구한 결과, 식충식물은 3단계의 프로세스를 통해 지금과 같은 포식 능력을 가지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첫 번째 단계는 약 7000만 년 전에 발생했다. 당시 유전자중복으로, 기존 잎을 형성하는 유전자가 트랩(trap)과 같은 잎을 형성하는 유전자로 발전했다. 또 토양의 양분을 흡수하는 뿌리에서도 유전자중복이 발생해 별도의 능력을 가질 준비를 갖췄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유전자 수의 대폭 감소가 발생했다. 식충식물이 벌레를 먹는 능력을 갖추면서 정상적인 잎과 뿌리 기능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줄일 수 있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가령 물속을 떠다니는 벌레먹이말은 뿌리의 흔적만 남아 있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flickr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flickr

마지막 3단계에서 식충식물은 벌레를 먹는데 한층 특화된 발전을 이루었다. 토양에서 양분을 얻었던   유전자가 곤충을 소화·흡수하는 효소를 본격적으로 만들게 됐고, 곤충을 유인하는 꿀을 만들던 유전자는 먹이를 유인하는 물질을 생성하기 시작했다. 이 시점에서 식충식물은 곤충을 유인해 포획하고 소화·흡수하는 모든 능력을 갖추게 된다. 

연구팀은 이번 유전자 분석 결과에 대해 "유전자중복으로 자유로워진 유전자가 식충성(性)이라는 새로운 기능을 진화시키는데 중요한 작용을 했다. 앞으로 식충성 관련 유전자가 본래 어떤 기능을 가지고 있었는가에 대한 한층 상세한 조사를 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