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 보다 3배 이상 심각 수준

[데일리포스트=손지애 기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이자,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3배가량 가파른 경기침체."

세계은행(WB)이 9일 전세계 183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Prospects)'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2%로 급격히 떨어뜨리며 내린 경제진단이다.  

-5.2%는 지난 1월 전망치 2.5%보다 무려 7.7%포인트나 떨어진 수치다. 

WB는 올해 하반기 일인당 소득이 3.6% 감소할 것이고, 이는 수백만명을 극도의 빈곤에 빠뜨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제성장률 전망이 대폭 하향 조정된 것은 전 세계가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채 직면한 '코로나19'라는 사상 초유의 팬데믹 위기로 인한 경기침체가 이유다.

그간의 위기는 금융위기, 통화·재정정책 실패, 전쟁, 유가 변동 등 복합적인 요인에 기인했다면, 이번 사태는 전염병 대유행이라는 단일 요인으로 촉발된 최초의 위기라는 게 WB의 평가다. 

WB는 코로나19와 각국의 봉쇄조치에 따른 수요둔화, 국제교역량 감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이 올해 전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WB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심한 경기침체이자 (자료 분석 시작점인) 1870년 이래 가장 많은 국가가 일인당 생산의 감소를 경험하는 것"이라며 "대유행이 가장 심각한 나라, 무역과 관광, 상품 수출, 대외 금융에 많이 의존하는 나라의 타격이 가장 심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쇼크가 제조업·농업보다는 서비스산업 분야에서 충격이 더 크고, 노동집약적 산업 비중이 높은 저소득국일수록 더 취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보고서에서 한국 전망치는 따로 제시되지는 않았지만 한국을 포함한 신흥시장·개발도상국은 -2.5%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동아시아·태평양지역은 비록 플러스 성장이지만 관광업 위축(태국·필리핀), 저유가(말레이시아) 등으로 1967년 이래 최저인 0.5% 성장에 그칠 전망이다.

선진국 중 미국은 서비스업 타격, 산업생산 감소 등으로 인해 -6.1%, 유로존은 관광업 충격과 글로벌 밸류체인 붕괴로 -9.1% 하향됐다. 전망 대상국 중에서 중국만이 플러스 성장, 구체적으로는 1%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의 적극적 역할 필요"

WB는 경제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신흥·개도국의 경우 양적완화치 통화당국의 신뢰성 확보, 경제정상화 이후에는 비전통적 통화정책 최소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선진국의 경우 저성장과 디플레이션 압력에 대비한 통화정책, 재정지원 대상을 고정소득이 없는 자영업자, 비정규직, 임시근로자 등 직접 혜택이 갈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WB는 2021년 세계 성장률이 +4.2%로 크게 반등할 것이라는 희망적인 전망도 내놨다. 다만 '코로나 사태가 조기 진정된다'는 가정 하에 성장률 반등을 예상했다. 

미국 CNN방송은 "코로나19 확산을 막는데 예상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리거나, 계속되는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자금 문제로 많은 기업들이 파산할 경우 경제침체는 지금보다 훨씬 더 악화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소리(VOA)방송은 "코로나19 2차 대유행 발생시 경제회복은 더욱 약화될 것이고 지금의 경제적 위기가 '넘쳐나는 채무 불이행'으로 인한 금융 위기 사태로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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