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바이센티니얼 맨 북미 포스터

[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인공지능(AI) 로봇은 인류의 위협일까 친구일까. 공상과학(SF) 속 공상은 이미 눈앞의 현실이 됐고, 로봇은 우리의 삶 속에 깊숙이 들어왔다. 

로봇 공학 분야는 하루가 다르게 급성장하고 있다. 이제 로봇은 공중제비를 돌고 맨몸으로 건물 벽을 이동하며 인간의 표정을 흉내 내고 조각 같은 예술영역을 넘본다.

하지만 이세돌이 알파고와의 대결을 마친 후 ‘섬뜩했다’고 표현한 것처럼 머지않은 미래, 인간의 피조물에 불과하던 로봇이 인간을 압도할 것이라는 다소 두려운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과연 미래로 향해 가는 로봇은 어떤 모습일까? 영화 속 공상의 힘은 미래의 길잡이로써 언제나 현실을 앞질렀고 마치 미래를 비추는 거울의 역할을 하곤 했다. 이에 인공지능 소재를 다룬 20년 전 SF 영화 한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 현실이 된 휴머노이드...로봇과 인간의 공존

그간 SF 영화에서 인공지능은 인간을 지배하고 파멸로 이끄는 부정적 시선으로 그려진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1999년 개봉한 로빈윌리엄스의 명작 ‘바이센티니얼 맨’은 감성적이고 따뜻한 면을 부각시키며 인류와 로봇의 공존 가능성을 그리고 있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단편 소설 ‘200살을 맞은 사나이’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가사 노동을 돕는 만능 도우미 로봇이 자신의 자아를 찾고 인간을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바이센티니얼 맨

2005년 뉴저지, 리처드는 집안일을 해결해줄 첨단 가사로봇 ‘앤드류(NDR-114)’를 구입한다. 앤드류는 왕성한 호기심으로 가족들에게 이상한 질문들을 던지며 때로는 가족들을 곤란하게 만든다. 앤드류가 기계임에도 지능과 호기심을 갖게 된 것은 조립 과정의 실수 때문이다.  

리처드는 앤드류가 만든 나무 조각상을 보고 재능을 발견하게 되고, 작품을 판매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리고 앤드류를 진짜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사랑하게 된다. 

시간이 지나 리처드가 숨을 거둔 후, 앤드류는 리처드의 손녀인 포샤를 사랑하게 되고, 인간이 되고자하는 간절한 꿈을 갖게 된다. 앤드류는 인간의 장기를 복제하는 과학자를 만나 수술을 통해 인간의 피부와 표정을 가진 새로운 존재로 재탄생한다. 시간이 지나고 과학이 발달함에 따라 그의 외모와 성격은 점차 인간과 구별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른다.  

인간인 포샤와 결혼을 꿈꾸면서 로봇 앤드류는 법정에 서게 된다. 로봇이 인간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근거는 과연 무엇일까? 앤드류는‘유전자’가 아닌 ‘마음(감정)’이라고 답한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바이센티니얼 맨

“로봇이라면 영원히 살 수 있죠. 하지만 저는 영원히 기계로 사느니, 인간으로 죽고 싶습니다.” (앤드류 대사 中)

영화 마지막에 앤드류는 결국 유한한 인간의 삶을 동경하며 스스로 노화와 죽음을 선택한다.  

◆ 인간과 교감하는 로봇은 등장할 수 있을까?  

‘바이센티니얼 맨’은 마치 동화 같은 분위기와 낭만적 시선을 가진 영화지만 자유를 원하는 로봇이라는 꽤 묵직한 주제를 던진다. 로봇으로 태어나 인간으로 죽는다는 다소 황당한 주제가 영화 전체를 관통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Pixabay

200년이라는 세월을 산 로봇이기에 주변 인물들이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그의 심리와 내면 변화를 비롯해, 시간이 흐를수록 인간의 감정을 이해해 나가는 앤드류의 성장을 통해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감동도 느낄 수 있다. 

“인간의 역사를 통틀어 무수한 사람들이 죽음을 불사하고 얻고자 했던 것. 무수한 사람들이 목숨을 걸 만큼 너무나도 소중한 것, 그것이 자유지요” (앤드류 대사 中)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빅데이터 등 첨단기술이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진화하면서 영화에서만 보던 것들이 점점 실체화되어 가고 있다. 휴머노이드 AI 로봇 ‘소피아’처럼 사람을 닮은 로봇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로봇과 ‘이상하고 새로운’ 관계를 다지는 과정에 있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핸슨 로보틱스

로봇이 사람과 비슷한 표정을 하고 대화가 가능하다고 해서 기계와 인간을 동등한 존재로 볼 수 있을지, 나아가 로봇과 인간이 과연 공존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그러나 영화 속 앤드류 같은 안드로이드가 등장한다면 우리는 그것이 로봇이라는 사실조차 잊어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언젠가는 기계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진 감성 로봇과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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