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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손정의 회장(孫正義·손 마사요시)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가 2016년 인수한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인 ARM 홀딩스의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결정은 소프트뱅크의 투자사업체인 비전펀드의 연이은 실패로 현금 확보가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소프트뱅크는 2019년 회계연도(2019년 4월~2020년 3월) 결산에서 1조3600억엔(약 15조6555억원)의 영업손실과 9615억엔(약 11조64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1981년 설립 이후 사상 최악의 실적이다.  

적자 대부분은 비전펀드에서 발생했다. 전체 투자사 88곳 중 50곳의 기업 가치 떨어졌고, 손실액만 약 1조9000억엔에 달한다.  

◆ 알짜 ARM 매각 카드 '만지작' 

ARM은 애플, 삼성, 퀄컴 등 글로벌 기업과 관계가 깊은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 회사다. 애플은 2006년부터 아이폰에 ARM 기반 프로세서를 채택하고 있으며, 2020년에는 자사 컴퓨터 맥에 들어가는 인텔칩을 대신해 ARM 프로세서 탑재하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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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뱅크는 ARM을 2016년에 인수했으며 인수 금액은 320억 달러(약 38조5000억원)로 인수합병 사상 최대 규모였다. 손정의 회장은 당시 "사물인터넷(IoT) 시대를 맞아 각종 장치에 탑재되는 ARM 설계 반도체의 확대가 기대된다는 점에서 장기 전략으로 의미가 있다"며 인수 금액에 대해 불과 320억 달러라고 단언했다. 

거액을 지불하고 손에 넣었지만 소프트뱅크는 ARM의 완전 매각, 부분 매각, IPO 등의 선택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ARM 매각은 골드만삭스의 자문을 따른 것이며, 계획 성사 여부는 아직 확실치 않다. 

◆ 투자 실패로 사상 최악의 적자 기록     

소프트뱅크가 ARM 매각카드까지 꺼내든 이유는 사업 부진 때문이다. 소프트뱅크는 거액을 투자한 미국 사무실 공유 서비스 기업 '위워크(WeWork)'의 기업공개(IPO) 실패와 코로나 사태 이후 우버에서 발생한 대규모 투자손실, 반려견 산책 대행앱 ‘왜그 랩스(Wag Labs)’ 사업 철수 등 투자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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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IT 밸트 조성이라는 야심찬 목표를 내세운 '소프트뱅크 비전펀드(SVF)'는 손정의 회장이 주도적으로 설립한 투자 펀드다. 그러나 SVF 통해 30억 달러를 투자한 위워크는 창업자인 아담 뉴먼 전 CEO의 스캔들과 자금조달 실패 등으로 당초 예정된 IPO를 포기했다. 막대한 경영 손실을 떠안은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12월 3억 달러를 투자한 반려견 산책 대행앱 ‘왜그 랩스’ 주식까지 매각하고 경영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했다. 

올해 초에는 소프트뱅크가 실적 악화 속에 ▲홈 헬스케어 스타트업 아너(Honor)  ▲소프트웨어 제작업체 시스믹(Seismic) ▲로봇개발 기업 크리에이터(Creator) 등 3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연달아 철회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 경영난 위기 '손정의'...유동성 확보에 총력      

소프트뱅크가 처한 어려움은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손 회장은 "비전펀드의 투자처 88개사 중 15곳이 파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고했다. 여기에 행동주의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경영 개선 요구도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프트뱅크가 택한 것이 주요 자산 매각인 셈이다. 회사는 지난 3월 보유자산을 매각해 최대 4조5000억엔(51조8000억원)을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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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6월23일 미국 이통사 T모바일 주식 1억9831만주를 T모바일과 도이치텔레콤 등에 매각하는 등 실적 만회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매각규모는 소프트뱅크 그룹이 보유한 주식 3분의 2에 해당한다. 이를 통해 소프트뱅크 그룹이 확보할 현금은 약 210억 달러(25조5000억원)로 알려졌다.

ARM 매각 검토도 이러한 자산 매각 방침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ARM 인수에 관심을 보일만한 기업이 있는지 명확하지 않고 초기 단계인 만큼 검토가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거센 압박이 이어지고 있어 알짜 ARM을 둘러싼 결정이 시급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최악의 투자 실패와 코로나 19 팬데믹 사태라는 이중고 속에 ‘투자의 귀재’로 불리던 손정의 회장이 이번 위기를 잘 돌파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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