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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15일 미국 상무부가 지난달 발표한 미국 기술과 장비를 사용한 해외 반도체 기업의 화웨이 공급 금지를 골자로 한 추가 제재를 발효했다 `중국의 자존심` 화웨이에 대한 초강경 제재 카드를 다시 꺼내든 것.  

앞으로 미국 기술을 부분적으로라도 활용한 전 세계 반도체 기업이라면 미 상무부의 사전 허가를 거치지 않고 화웨이에 대한 제품 판매가 불가능하다. 정황상 승인 가능성도 극히 낮다는 시각이 우세해, 업계에서는 화웨이의 반도체 구매가 사실상 막힌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경제·군사·외교 등 다방면에서 중국과 날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미국이 마치 보란 듯이 대중국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 美 정부 ‘화웨이 3차 제재’ 발효

대부분의 반도체 제조는 미국산 반도체 설계 지원 도구(EDA) 및 미국 기술을 활용한 반도체 제조 장치를 사용한다. 스마트폰의 핵심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시작으로 통신용 모뎀칩, D램과 낸드 같은 메모리에 이르기까지 화웨이 주요 제품에는 반드시 반도체 부품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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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 5월 첫 제제를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2019년 5월 미국 상무부는 안전 보장상의 우려를 이유로 미 기업이 정부 허가 없이 전자부품 등을 화웨이에 판매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화웨이는 퀄컴 등 미국 업체들에서 반도체 부품을 살 수 없게 됐고, 구글도 화웨이와의 거래를 일부 중단했다. 화웨이 스마트폰은 구글이 제공하는 모바일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Android)'를 채택하지 못해 유럽 등 해외 스마트폰 시장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올해 5월에는 트럼프의 입김에 세계 1위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가 중국 화웨이의 신규 주문을 받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이번 3차 제제로 화웨이는 15일부터 반도체 부품에 대한 구매 가능성이 원천 차단됐다. 화웨이는 미국 정부의 제재 문제가 해소될 때까지 최대한 비축한 재고 부품으로 버틴다는 입장이다. 

◆ 제재 장기화 땐 존폐 갈림길

화웨이는 제재 조치에 대비해 6~8개월 어치의 반도체 재고 물량은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빠르면 내년 초, 늦어도 내년 하반기부턴 부품 재고가 떨어져 생산이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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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는 애써 침착한 모습을 보이는 중이다. 지난 10일 개최된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내년 출시하는 스마트폰에 자체 OS ‘하모니 2.0’을 탑재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제재로 반도체 공급 길이 끊기고 안드로이드 탑재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독자 OS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것. 

그러나 화웨이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다. 오는 11월 미 대선이 끝난 이후에도 고강도 제재가 이어진다면 화웨이는 존폐의 갈림길에 놓이게 될 전망이다. 그리고 이는 세계 통신장비와 스마트폰 시장 판도에 적지 않은 변화를 몰고 올 가능성이 높다. 

한편, 지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이 국가 안보를 핑계 삼아 국가 역량을 남용해 해외 기업을 탄압하는 것에 반대한다. 중국 정부는 상황을 주시하다가 중국 기업의 권익과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필요 조치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 국내 기업도 매출 타격 불가피 

아울러 화웨이 제재는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세계의 여러 협력 업체들의 사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화웨이에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를 수출하고 있으며,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도 화웨이에 구동칩이 탑재된 OLED 패널을 공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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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업계는 수출 금지 조치가 향후 1년간 이어진다면 연간 10조~13조원의 매출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19년 기준 한국 전체 반도체 수출량이 약 112조(939억3000만달러)라는 점을 감안할 때 비중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단기적으로 수출 타격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경우 반사이익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통신장비 등 반도체 외의 분야에서 화웨이가 뒤처진 사이 삼성의 점유율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  

중국 기술 전문 매체 지웨이왕(集微網)은 이번 화웨이 제재로 한국·일본·대만 협력 업체들이 입게 될 매출 손해 규모가 294억 달러(약 34조8천억원)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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