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간 분쟁도 부끄러운데…자칫 외교분쟁 도화선 될까 ‘우려’

[데일리포스트=송협 선임기자] “나가도 너무 나갔다. 공정거래법상 의사결정은 (미국) 대통령의 권한인데 “너는 빠져라”는 식의 고강도 경고로 비칠 수 있는 대목이며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분쟁을 넘어서 국가 간 외교적 문제는 물론 미국에 진출했거나 진출하려는 국내 기업들에게 마이너스가 될 여지가 크다.” (재계 관계자)

전지사업 분할 계획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주춤했던 LG화학이 국민연금의 최종 승인을 얻고 분할 추진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한때나마 발목을 잡았던 국민연금이 불한 승인에 동의하면서 LG화학은 천신만고 끝에 세계 최고 에너지솔루션 기업 육성을 위한 발걸음에 탄력이 예상된다.

참 어렵게 승인을 획득하고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한걸음 발을 내딛게 된 LG화학, 하지만 전지사업 분할 순항에도 불구하고 예상치 못한 복병에 국내외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문제로 SK이노베이션과 기나긴 분쟁을 벌이고 있는 LG화학이 오는 12월 10일 예정된 SK이노베이션 패소 결정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안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기고문을 미국의 유력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투고하면서 비롯됐다.

지난달 27일 장승세 LG화학 전지사업본부 경영전략총괄 전무는 월스트리트저널에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분쟁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직설했다.

호기에 가까운 장 전무의 이번 기고문의 취지는 이보다 앞서 지난달 14일 홀맨 젠키스가 월스트리트저널에 “트럼프 대통령이 SK이노베이션에 대한 판결을 뒤집을 수 있다.”는 젠키스의 입장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실제로 젠키스는 기고문을 통해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 간의 싸움은 대선에서 조지아주 승리가 필요한 트럼프 대통령의 와일드 카드가 될 수 있다"라며 "ITC 최종판결은 SK이노베이션 배터리를 공급받기로 한 폭스바겐의 테네시주 공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젠키스의 주장은 미국 내 일자리는 물론 경제 활성화 제고가 선거 승리의 절대적인 트럼프 대통령이 ITC의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무엇보다 LG화학 간 분쟁에서 SK이노베이션이 최종적으로 패소가 결정날 경우 SK이노베이션이 천명한 미국 내 2000개 일자리와 26억 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도 무산될 수 있다.

여기에 내년 전기차 생산을 앞두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를 공급받기로 한 폭스바겐의 테네시州 공장 건립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선거 당락의 최대 표밭인 플로라도에 이어 선거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조지아州는 SK이노베이션 공장이 현재 공사 중에 있다는 점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권 심리’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데일리포스트=美조지아州 SK이노베이션 배터리 2공장

논란의 중심에 선 장 전무는 기고문에서 “젠킨스가 트럼프 대통령이 SK이노베이션의 판결을 뒤집을 것이라고 가정하고 있지만 이는 매우 리스크가 높은 선례가 될 것”이라며 “영업비밀은 미국 일자리 창출의 핵심이고 지식재산권을 가로채는 기업이 약속했던 미국에서 일자리 창출하겠다는 약속 역시 신뢰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일갈했다.

장 전무는 또 “이미 올해 초 ITC 행정법률심판관이 LG화학에 대한 예비 판결을 결정했고 최종결정은 12월 10일 속개될 예정”이라며 “가장 큰 쟁점은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무역비밀 분쟁”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타사의 지식재산을 약탈한 기업이 약속하는 일자리 창출 내용에 대해 신뢰할 수 없다.”고 피력했다.

한편 LG화학은 지난해 4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영입비밀 침해소송'을 제기했다. LG화학은 미국에서 판매 중인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가 탑재된 차량을 분석한 결과 해당배터리가 LG화학의 2차전지 핵심소재인 SRS® 미국특허 3건과 양극재 미국특허 2건 등 총 5건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ITC는 지난 2월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배터리기술을 빼낸 증거를 인멸했다는 이유 등으로 SK의 조기패소 결정을 내렸지만 최종판결은 계속 미뤄져 내달 10일 최종 판결이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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