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전 로봇 태권브이·로봇 찌빠…그리고 ‘소피아’

[데일리포스트=송협 선임기자] 오드리 햅번을 모티브 했다고 한다. 매끈한 피부를 비롯해 높고 가느다란 콧대, 그리고 광대뼈와 사람들의 시선과 관심을 통해 반응하는 다양한 표현, 여기에 자신의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인지 능력까지 겸비한 현존 최고의 인공지능 로봇 소피아를 바라보며 전 세계인들이 열광하고 있다.

혹자들은 소피아를 두고 ‘인간이 만들어 낸 가장 완벽한 미래의 창조물’이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현존하고 있는 인공지능(AI) 로봇 가운데 가장 인간에 가까울 만큼 풍부한 감성과 표현력을 갖추고 있는 ‘소피아’를 개발한 ‘데이비드 핸슨(David Hanson)’은 디즈니의 조각가이며 영화 제작자였다.

디즈니 하면 떠오르는 것이 바로 ‘만화’다. 어린 시절 주말만 되면 방송되는 TV 속 월트 디즈니 만화는 전 세계 동심(童心)에게 무수히 많은 상상의 날개를 펼치게 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소피아를 창조한 데이비드 핸슨, 그는 분명 풍부한 상상력이 동원되는 세계적인 만화 제작소 디즈니를 바탕으로 무한한 탐구와 상상을 초월하는 인간과 기계의 완전체를 머릿속에 그려 넣었을 것이다.

하나하나 밑그림을 그리면서 완전체를 형성하기까지 핸슨에게 디즈니라는 공간은 그 무엇보다 훌륭한 ‘뮤즈(Muse)’가 아니었을까?

‘핸슨 로보틱스(Hanson Robotics)’가 개발한 소피아는 표현과 감정만으로도 이미 인간의 한계점에 도달한 것이라는 찬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인공지능 로봇 개발자들은 한결같이 “어떻게 하면 ‘언캐니 밸리(uncanny valley)’라는 어려운 과제를 극복하고 가장 완벽하고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할 수 있을지 자문해왔다.

로봇의 움직임, 생김새가 인간의 형상과 근접하면 근접할수록 사람들은 호감을 갖게 되지만 그 정도를 뛰어 넘어 인간과 너무 비슷하게 되면 오히려 혐오감을 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한 일본의 로봇 연구자 ‘모리 마사히로(Mori Masahiro)’의 ‘언캐니 밸리 효과’는 오랜 시간 인공지능 로봇 개발자들의 가장 큰 숙제였다.

하지만 이제 그 복잡하게 얽혀있던 실타래 같은 숙제가 풀리고 있다. 인간과 가장 근접하면서도 친근하게 다가서는 소피아가 그동안 불가사의하고 기괴하며 여기에 기분 나쁘다는 뜻이 함축된 ‘언 캐니(Uncanny)’를 친숙하고 편안하다는 뜻의 ‘캐니(Canny)’로 승화시켰으니 말이다.

소피아를 세상에 탄생시킨 이른바 조물주 ‘데이비드 핸슨’은 “소피아를 사람들에게 가장 친근한 로봇으로 개발하려면 로봇에게 사회적인 감수성과 섬세한 심미안 등이 요구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소피아는 그간 우리가 알고 있던 평범한 인공지능 로봇이 아니다. 누군가 농담을 던지면 재치있게 응수할 수 있는 감정과 지식이 배양된 초월의 시스템을 갖췄고 지능적이며 단어 습득력까지 고루 갖춘 클라우드 기반 인공지능 시스템을 탑재한 로봇이다.

만화를 제작하는 디즈니라는 상상의 공간 속에서 수 없이 많은 창작과 탐구를 반복한 끝에 완성된 데이비드 핸슨의 4차 산업혁명의 결정체 소피아의 창조는 어쩌면 이제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

인간과 더 가깝고 친근하며 인간의 생활 패턴을 습득하고 인간만이 느꼈던 고유의 성향과 감정을 빠르게 교감할 수 있고 더 진화된 제2의 소피아가 세상의 빛을 향해 완성되고 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데이비드 핸슨 그가 디즈니라는 만화 창작에서 그려낸 상상이 현실이 된 것처럼 말이다.

인간 보다 더 인간적인 인공지능 로봇…우리도 존재했다.

인간에 가까운 인공지능 로봇 소피아는 분명 그간 그려왔던 상상이 현실이 됐으며 이제 미래 시대 인류와 함께 공존할 제2의 주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의 감정을 읽어내고 그 감정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면서 이를 교감하고 표현하는 지능화된 로봇은 어린 시절 우리에게도 존재했다.

물론 당시 현실과 크게 동떨어진 동심(童心)을 자극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지만 인간 사회라는 공동체 속에서 인간적인 면모를 고스란히 비춰줬던 시대를 뛰어넘는 최첨단 인공지능 로봇이 분명 어린 시절을 함께 보냈다.

지금은 40~50대 중·장년 세대인 이른바 7080세대는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40년 전인 1976년 김청기 감독을 통해 세상에 나타난 로봇 태권브이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무술인 태권도와 로봇을 결합시켜 지구를 위협하는 붉은 제국을 상대로 지구를 지켜낸다는 내용을 담았던 만화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유치하고 비현실적인 내용에 ‘피식’하고 웃음이 나오겠지만 당시 예닐곱의 어린 동심들에게 로봇 태권브이는 무한한 상상력을 심어 준 IT의 기초적인 학습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로봇 태권브이의 단점은 현재 소피아와 같은 인공지능 없이 훈이라는 남자 아이와 영희라는 여자 아이가 직접 탑승하고 조정을 해야만 하늘을 날고 적과 맞서 현란한 태권 동작을 펼칠 수 있었다. 하지만 예닐곱이던 당시 우리에게 로봇 태권브이는 그 엄청난 상상과 발상을 바탕으로 인공지능 기술의 꿈을 키워내게 했던 자양분은 아니었을까?

만화 속 깡통 로봇…국내 최초 인공지능 ‘로봇 찌빠’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라는 개념 자체가 전무했던 1970년대 시절, 인공지능의 기능은 물론 로봇의 올바른 정의조차 몰랐던 어린 시절의 7080세대는 그저 만화 속 주인공들이 악을 행하는 나쁜 로봇을 쓰러뜨리는 모습에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고작이었다.

옷장을 뒤져 어머니의 보자기로 망토를 두르거나 검게 색칠한 도화지로 가면을 뒤집어 쓴 채 만화 속 주인공을 흉내 냈던 그 시절 TV 만화 속 로봇은 어린 동심의 흥미를 자극하는 것 외에는 미래 시대 현실이 될 것이라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1976년 인간의 손길이 있어야 제 기능을 발휘했던 로봇 태권브이가 IT의 전초였다면 소년 잡지 속에 새롭게 등장한 깡통 로봇인 ‘로봇 찌빠’는 작품을 완성한 작가의 창의력이 시대를 초월할 만큼 진화론적 발상이었다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 600만불을 들여 개발한 이 볼품없는 깡통 로봇은 지능회로 결함으로 버려졌고 우연찮게 버려진 로봇을 만화의 주인공 ‘팔팔이’가 구제하게 된다. 그저 쇳덩이에 불과했던 폐기 처분된 깡통 로봇이 우여곡절 끝에 회생하면서 만화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낸다.

찌그러진 깡통 로봇이지만 미국에서 막대한 연구비를 쏟아내며 개발된 로봇 찌빠는 당시로써는 상상할 수 없는 인공지능 기술을 바탕으로 인간에 가까운 지능과 감성, 표현력을 갖췄다. 또 찌그러진 머리꼭지에는 작은 프로펠러가 달려있어 원하면 하늘을 날 수 있는 기능까지 탑재했다.

물론 이 보다 앞서 1950년 초반 일본에서는 강력한 무기와 티타늄으로 설계된 인공지능 로봇 ‘아톰’이 시대를 앞서갔지만 전투 목적이 분명한 아톰과 달리 로봇 찌빠는 감수성과 친근함, 그리고 표현력이 인간과 가장 잘 어울리는 ‘캐니(Canny)’적 로봇임에 분명했다.

어쩌면 현재 40~50대 중·장년층인 우리는 인간과 가장 가깝다고 찬사를 받고 있는 ‘소피아’에 앞서 상상을 초월하는 인공지능 시대를 일찌감치 경험했던 것이다.

오래 전 우리가 경험했던 만화책과 TV, 그리고 SF 영화 속 주인공들이 시대를 뛰어넘어 현실이 돼 더욱 진화된 모습으로 재탄생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그저 재미와 흥밋거리로 즐겨 봤던 그 유치했던 만화 캐릭터들이 이제 미래 시대를 이끌어 낼 주인공으로 회귀(回歸)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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