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3km에 달하는 암벽에 펼쳐진 거대한 고대 벽화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Marie-Claire Thomas/Wild Blue Media

[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콜롬비아 남동부에 위치한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1만 2000여년 전 원주민이 그린 수많은 거대 벽화가 발견됐다. 

영국과 콜롬비아 공동 고고학 연구팀은 지난해 콜롬비아 치리비케테 국립공원의 아마존 강 북쪽의 절벽에서 인간과 동물을 그린 벽화를 발견하고 이를 최근 공개했다. 논문은 국제학술지 ‘쿼터너리 인터내셔널(Quaternary International)’에 게재됐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Quaternary International

치리비케테 국립 공원 일대는 무장한 반정부 게릴라 및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의 거점으로, 위험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출입 조사가 불가능했다. 그러나 2016년 콜롬비아 정부와 FARC가 내전 종식에 합의하면서 2017년부터 유적 조사가 시작됐다.

벽화는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가던 시기, 최소한 1만 2000년 전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그 일대는 당시 열대우림이 아닌 사바나 같은 평원과 숲이 혼재하는 풍경이었다. 

빙하기 남아메리카 대륙에서 멸종한 코끼리의 선사 시대 조상뻘인 마스토톤을 비롯해, 낙타과의 멸종 동물 팔래올라마, 거대 나무늘보 등의 동물들이 상세하게 묘사돼 있다. 그리고 다른 선사 시대 벽화들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사람 손바닥 자국도 남아 있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Marie-Claire Thomas/Wild Blue Media

3개의 유적에서 발견한 벽화는 총 수 만 점에 달하며 암벽을 캔버스로 안료에 황토를 이용해 그려졌다. 폭은 무려 12.87㎞에 이른다. 벽화의 규모가 매우 크기 때문에 연구팀은 벽화가 수십 세대에 걸쳐 그려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고대 벽화는 역사상 최초로 아마존에 도달한 사람들이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발굴 조사에서 발견된 뼈와 식물 파편 등을 토대로 당시 원주민들이 야자·과일·악어·뱀·개구리 등을 먹었으며 수렵 채집 생활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영국 엑서터 대학의 고고학자이자 벽화 조사에 참여한 마크 로빈슨 교수는 "이 벽화는 아마존 서부에 살던 초기 원주민이 그린 정말 멋진 그림이다. 그들은 식물과 산림 구성의 변화를 일으킨 극단적인 기후 변화 시기에 이 지역에 이주했다"고 언급했다. 

고대 벽화를 카메라로 찍고 있는 영국 채널4 다큐멘터리팀의 모습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Ella Al-Shamahi

로빈스 교수는 "벽화에 담긴 동물의 모습은 당시 생활을 전하는 귀중한 단서다. 이는 원주민 공동체의 삶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들은 현대의 소형차만큼 큰 초식 동물에 둘러싸여 사냥하며 생활을 영위했다"고 말했다. 

벽화에는 동물을 사냥하는 인간의 모습뿐 아니라 큰 동물 주위에서 손을 올려 숭배하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 새 부리 모양을 한 가면을 쓴 사람의 모습 등 인간과 동물의 상호 작용도 담겨 있다. 

벽화 일부는 인간의 키보다 높은 깎아지른 암벽 위에 그려져 있다. 연구팀은 벽화에서 볼 수 있는 '번지 점프 지지대 같은 목조 탑'을 사용해 그림을 그린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또 벽화에는 환각을 유발하는 식물 그림도 있으며, 원주민이 다양한 의식을 한 흔적도 엿보인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Ella Al-Shamahi

연구팀은 "당시 아마존 사람들은 사람이 아닌 동식물에도 영혼이 있다고 여겼으며, 벽화에 볼 수 있는 의식과 샤머니즘을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도모했다"며 "예술은 문화의 강력한 부분이자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이어지는 방법이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 벽화는 5일(현지시간) 영국 채널4 방송 다큐멘터리 ‘정글 미스터리: 아마존의 잃어버린 왕국’에서 소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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