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민주주의의 꽃 아테네에선 '세금 납부'가 명예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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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현대에는 많은 사람들이 세금 납부에 불만을 가지고 있으며 부유층과 대기업이 조세 피난처를 이용해 세금을 회피하는 사례도 끊이지 않는다. 

그런데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 아테네에서는 매우 부유한 사람만 지불하는 직접세가 존재했는데, 납세자 대부분이 세금으로 지불한 금액을 자랑했다.

기원전 4~5세기 아테네는 자유로운 시민과 노예를 포함해 약 3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살고 있었으며, 국제 무역으로 크게 번성했다. 아테네는 이러한 도시 국가를 유지하기 위해 국방 조직을 지원하고 식수용 분수 등을 설치할 자금이 필요했다.

도시 국가 운영에 사용되는 자금은 ▲사업자에게 빌려준 공유 농지 및 은광 수입 ▲무역 제품 수출입에 대한 과세 ▲이민이나 매춘부로부터의 금전 징수 ▲소송의 패자에게 부과된 벌금 등을 통해 조달이 이루어졌다. 이에 반해 일반적인 소득과 재산에 대한 직접세는 도입되지 않았다. 

아테네가 번성하면서 해군도 증강돼, 당시 건조한 최첨단 군선인 '3단 노선함(Trireme)' 수백 척을 보유했다. 3단 노선함은 건축과 장비 이외에 최대 170명까지 노를 저었기 때문에 유지를 위한 막대한 비용이 필요했다. 이러한 비용을 지불한 것은 아테네의 부유층이었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Wikimedia Commons

아테네를 비롯한 고대 그리스에는 '레이투르기아'(leitourgia)라는 공익 시스템이 존재해 상위 1%의 부자들은 특별한 공공사업에 사재를 지출하고 지원했다. 

3단 노선함의 조선과 장비를 위한 자금도 레이투르기아에서 공출됐으며, 지명된 부유층은 3단 노선함을 이끌 사령관이 되어 운영 비용을 1년간 부담해야 했다. 운영 비용은 상당했지만 부유층 대부분이 의무를 수락했다. 

부유층은 이 외에도 국방을 위한 다양한 책임이 존재했으며 아테네가 전쟁을 할 때는 부유층이 군대를 위한 자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러한 의무 여부는 각자의 재산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이것이 부유층에 대한 직접세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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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아테네 사람들은 도시 보호를 위해 직접적인 군사력 증강뿐 아니라 '신들의 호의'를 얻기 위해 사원을 건립하고 대규모 축제도 열었다. 이러한 사업에도 부유층 자금이 이용되었으며 축제의 연극 합창을 총괄한 부유층은 연기자 교육·의상비·생활비 등을 부담했다.

아테네 부유층은 세금을 내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며 "3단 노선함과 합창단 비용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지불했다"는 것을 공공연히 자랑했다. 자신보다 많은 재산을 가진자가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세금을 피하려고 한 경우도 간혹 있었지만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부유층이 세금납부에 긍지를 느꼈던 이유는 세금 납부로 이루어지는 커뮤니티에 대한 투자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장기적으로 더 많은 이익으로 돌아올 것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아테네 시민은 납세를 높이 평가하고 있었으며, 세금을 피하려고 한 사람은 조롱거리로 전락하고 욕심 많은 인간으로 낙인찍혔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penelope.uchicago.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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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납부로 부유층이 얻은 사회적 보상은 꽤 오래 이어졌고 대회에서 승리한 합창단에 자금을 지원한 부유층은 자신의 공적을 기려 눈에 띄는 곳에 기념비를 세우기도 했다. 

실제로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 동쪽에는 '리시크라테스 기념비'(Monument of Lysicrates)가 현존하고 있다. 이는 기원전 334년에 거행된 디오니소스제(祭) 경기에서 리시크라테스 합창단이 우승한 것을 기념하여 세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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