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대웅제약 VS 메디톡스 보툴리눔 균주 전쟁

[데일리포스트=송협 선임기자] “민사소송에서 진실이 밝혀지겠지만 이번 ITC 위원회의 최종판결은 결과적으로 메디톡스의 관계사인 미국 국적의 엘러간을 위한 자국 산업 보호주의가 팽배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 법정이라면 절대 이런 결정은 없었을 것입니다.” (대웅제약 관계자)

5년간에 걸쳐 메디톡스와 균주 침해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대웅제약에 대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이하 ITC)가 제조공정 일부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한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다.

16일(현지시간) ITC는 보툴리눔 균주 및 제조기술 도용 소송과 관련 대웅제약의 나보타가 관세법 337조를 위반한 제품이며 이에 21개월간 미국 내 수입 및 재고판매 금지하는 명령을 최종판결했다.

물론 나보타의 수입금지 기간을 10년에서 21개월로 축소한 결정이지만 결과적으로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제조공정 특허 등을 침해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ITC는 이 같은 피해 당사자는 메디톡스가 아니라 엘러간 단독이라고 결정하면서 메디톡스의 균주 주중에 마침표를 찍었다.

여기서 마침표는 자국 산업 보호주의 시각이 두드러진 ITC의 텃새에 가까운 현재 판결을 감안한 표기일 뿐 실제 싸움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할 수 있다.

대웅제약은 이번 ITC 위원회의 판단을 놓고 자국산업보호 목적달성을 위한 공정기술에 대한 무리한 침해를 인정하는 오판이라는 입장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메디톡스 공정기술은 이미 수십 년 전에 논문에서 전부 공개된 기술인 만큼 영업비밀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동종 업계 종사자는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성토했다.

무엇보다 ITC 행정판사는 예비결정에서 실질적으로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기술을 도용했다는 어떠한 구체적 증거가 없다는 것을 인정한 바 있다.

이처럼 구체적 증거 부족에도 불구하고 ITC는 대웅제약이 단순히 공정의 유사하고 개발기간이 짧다는 이유로 침해를 인정하는 억지적인 판단에 나섰다. 여기에 ITC 위원회 역시 대웅제약의 기술개발에 대한 자료가 명백히 존재하고 있지만 이를 묵과하고 예비결정의 오류를 묵인하기도 했다.

실제로 대웅제약은 메디톡스가 받지 못한 특허기술을 사용해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만들어 내고 있었기 때문에 메디톡스의 기술을 도용했다는 것은 일방적인 추론이라고 지적했다.

ITC의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와 유사한 공정과 단기간 개발이 침해로 해석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지난해 10월 균주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에서 분명히 나타났다.

당시 대웅제약 측 전문가 데이비드 셔먼(David Sherman) 박사는 반박 보고서를 통해 메디톡스 측의 유전자 분석방법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하며, 부분적인 결과만 도출할 수 있는 메디톡스 측의 방법 대신 전체 유전자 서열분석(Whole Genome Sequencing, WGS)의 직접 비교를 통해 다양한 부분에서 양사의 균주가 차이를 보임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셔먼 박사는 “양사 균주의 16s rRNA 유전자 염기서열이 서로 다르다는 점과 함께, 16s rRNA 유전자는 매우 안정적으로 느리게 진화하므로 이 유전자 서열이 서로 다른 균주 간에는 근원이 다른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결과를 보고한 바 있다.

대웅제약은 메디톡스가 좋은 기술이 있음에도 허가와 다르게 원액을 바꿔 제조한 점, 엘러간에 수출했다는 훌륭한 기술로 FDA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점, 엘러간이 미국 시장을 독점하게 도와주고만 있는지에 대한 명쾌한 답을 제시할 것으로 요구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메디톡스는 미국 기업과 ITC 뒤에 숨어 거짓 주장만 반복하지 말고 어떤 기술이 영업비밀이고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 그리고 대웅제약이 무엇을 침해했는지 국내에서 제대로 밝혀줄 것”을 촉구했다.

이 관계자는 “메디톡스는 허가와 다른 원액으로 제품을 만들어 내고 허가가 취소된 상황에도 경쟁회사의 음해라고 주장하면서 공장장이 구속되고 대표가 기소되자 이제는 국민의 건강에는 문제가 없다고 발뺌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한편 대웅제약과 메디톡스는 지난 2016년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균주 도용 의혹 제기를 시작으로 국내에서 법적 싸움의 첫 포문을 열었다. 당시 경찰 수사에서 대웅제약이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서 메디톡스가 패배했다.

하지만 메디톡스는 지난해 1월 파트너사인 엘러간과 함께 대웅제약과 미국 파트너사 에볼루스를 상대로 ITC에 제소했다. 2016년부터 시작된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장고의 싸움은 ITC가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주면서 일단락됐다. 하지만 대웅제약은 현재 진행 중인 민사소송과 함께 항소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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